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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영화 속 대사 ‘좀 손해 보면 어때’는 내 입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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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테러범 몰린 택배기사…‘골든슬럼버’ 강동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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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37)은 다작 배우다.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15년 동안 20편이 넘는 영화·드라마에 주연급으로 등장했다. 올해도 벌써부터 바쁘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하반기에 개봉한다. 첫 할리우드 진출작 <쓰나미 LA>는 3월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그가 ‘이한열 열사’로 분한 <1987>은 아직도 몇몇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곤 첫 원톱 주연작 <골든슬럼버>가 상영을 시작했다. 개봉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소설로 읽고 8년 기다린 작품”

영화는 평범한 택배 기사 ‘건우(강동원)’가 대통령 후보 암살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성실한 청년 건우는 몇 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 ‘무열(윤계상)’과 함께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폭탄 테러를 목격한다. 사건을 수습하려는 거대 권력은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린 그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도주를 감행한다.

영화 원작은 이사카 고타로가 쓴 동명의 일본 소설이다. 원작은 2010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강동원은 국내에서 이 작품이 완성되기를 8년이나 기다렸다.

“원작 소설을 2010년 봤어요. 마음에 들어서 제작사에 먼저 영화화를 제안했죠. 거대 권력에 휘말리는 소시민 얘기인데, 사실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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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어떻게든 살아남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국판 영화는 사건의 완벽한 해결과 해피엔딩을 추구한다.

“소설과 일본판은 주인공의 억울함이 완전히 풀리지 않고 끝나는데, 저는 그게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착하게 살았던 건우의 과거를 보여주는 데도 이런 결말이 더 나을 것 같았거든요. 한국 관객 정서에는 해피엔딩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했고요.”

강동원은 영화 속 건우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했다. 특히 남을 잘 믿어서 손해만 보고 사는 것 같은 건우의 모습이 그렇다고 했다.

“건우가 극 중에서 얘기하는 ‘좀 손해 보면 어때’는 내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예요. 친구들한테도 ‘네가 뭔가 선택할 때, 정말 이쪽이 바르다고 생각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맞게 생각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요.”

■ “‘1987’ 특별…최근엔 할리우드 도전”

‘맞다고 생각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1987>의 제작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6월 항쟁’을 다룬 영화는 2015년부터 기획했지만, 처음엔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뜻 촬영에 응한 것이 그다. 그래서일까. 당시 장준환 감독은 가장 고마운 배우로 강동원을 꼽았다.

“합류 결정을 하고 장 감독님이 ‘정말 해도 되겠니’라고 물으셨어요. 이한열 열사 어머님도 계속 걱정해 주셔서 어느 순간에 약간 저도 무섭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시나리오가 좋았고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동참했어요.”

우여곡절은 겪은 <1987>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관람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우는 건 안 좋아해요. 그런데 당시 영화관에 자신을 전직 교도관이라 밝히신 분이 이한열 열사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다.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우시는 걸 봤어요. 당시를 직접 겪으셨던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는 걸 들으면서 감정이 북받치더라고요. 카메라가 찍고 있으니까 눈물을 참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다양한 연기를 경험하고 싶은 그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생애 두 번째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정말 긴장되더라고요. 전날 대사를 달달 외웠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를 시작하니까 의외로 떨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10년 넘게 연기한 게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제는 ‘프로’가 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미국에서의 첫 오디션은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2019년 개봉 목표인 영화 <쓰나미 LA>는 오디션에 도전해 얻은 결실이다. <콘에어> <툼레이더>를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영화다. 주연급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는 3월부터 유럽에서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그전엔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인랑> 막바지 촬영을 끝내야 한다.

여전히 바쁜 일정이지만 <골든슬럼버>를 함께한 노동석 감독과 차기작을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인간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영화를 노 감독님과 함께 찍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정말 착하고 여리신 분이더라고요. 인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을 하면 <골든슬럼버>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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