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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원주민 청년의 죽음…캐나다, 인종차별 논란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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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영 마치고 귀가하던 부시와 친구들

자동차 고장으로 시골농장 진입

백인 농장주, 일행 강도오인 사살

12명 모두 백인인 배심원단 “무죄”

주요 도시서 수천명 “불공정” 시위



한겨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3일 오타와에서 2016년 숨진 콜튼 부시의 가족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뤼도 총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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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 전 캐나다 서부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인종주의 논란으로 확대돼 캐나다 전역을 흔들고 있다. 백인 농장 주인이 원주민 청년을 강도인 줄 알고 총으로 쏴 죽였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디언>은 13일 22살 원주민 청년 콜튼 부시의 죽음을 조명하면서 캐나다 사회에 만연한 인종주의를 지적했다.

사건은 2016년 8월9일 밤 벌어졌다. 부시와 친구 4명은 서스캐처원주 메이몬트강에서 수영을 하고 차를 몰아 귀가하고 있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자, 이들은 조처를 하려 근처 농장에 들어섰다. 농장주 제럴드 스탠리(56) 가족에겐 이들이 강도처럼 보였다. 스탠리는 이들이 타고 온 차량 유리를 깨고 총까지 꺼내 들었다. 부시가 총에 뒤통수를 맞고 사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스탠리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부시 일행은 모두 원주민 크리족이었다.

부시 쪽은 스탠리가 의도적 인종차별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리는 총을 장전하지도 않았다며, 단순 오발사고였다고 했다. 지난 9일 배심원 12명은 13시간의 심리를 거쳐 스탠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단이 스탠리처럼 모두 백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시 가족들은 공정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비시>(CBC) 방송은 원주민연합을 중심으로 시민 수천명이 밴쿠버와 토론토, 에드먼턴 등지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부시 가족은 계속 싸워나갈 뜻을 밝혔다.

선고 이전부터 시민들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원주민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부시 장례 비용을 대기 위해 기금을 모을 때, 스탠리 가족을 돕고 스탠리의 소송 비용을 내주기 위한 운동도 함께 벌어졌다. 양쪽에 모인 기금은 12만달러(약 1억3천만원)나 됐다.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원주민 혐오 성향을 온라인상에 내비쳤다. “스탠리의 유일한 실수는 목격자를 남겨둔 것”이라거나 “다섯명을 모두 쏘고 메달을 받았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수사 과정에도 부시 쪽에 불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 부시 일행 중 3명을 절도 혐의로 붙잡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원주민연합은 총격 사건에 영향을 줄 편향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일행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경찰은 추후 사과했지만, 일각에선 사법당국의 이런 행태가 원주민을 얼마나 불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백인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함에 따라, 농촌 지역의 원주민 비율이 빠르게 증가했고 인종적 갈등과 긴장감까지 함께 증폭되었다고 분석했다.

100여년간 이어진 캐나다 내 원주민 차별 정책은 1990년대 말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2008년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원주민 차별에 대해 사과했다. 2015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정부가 원주민에게 ‘문화적 대량학살’을 벌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정부 주도 기숙학교에서 원주민 청소년 15만명에게 벌어진 학대를 인정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 가족이 느꼈을 슬픔과 비통을 상상할 수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고, 부시 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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