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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보고 안 한 것도 죄?"…공직사회 '미투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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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각계에서 일고 있는 여성들의 미투(#Me tooㆍ성폭력 피해 고백) 캠페인이 유독 공무원 사회에서는 잠잠하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강한 위계 질서ㆍ업무상 종속 관계에다 승진ㆍ고과ㆍ업무 배치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두려워 하는 분위기가 강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쉽지 않다. 폐쇄적인 공직사회의 특성상 따돌림ㆍ왜곡 유포 등 2차 피해도 흔하다.

실제 최근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사회 각계에선 성희롱ㆍ성추행 등의 피해를 고백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을 필두로 문화계 '권력'들의 고질적인 성폭력 실태가 드러났다. 임은정 검사, 남정순 전 성균관대 교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여성 영화감독 A씨 등 전문가ㆍ유명인사들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 등 일반 직장 여성인들도 속속 동참했다. 그러나 유독 공무원 사회에서는 '미투'를 외치고 나서는 여성들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직 사회 내부에선 폐쇄적인 특성 상 성희롱ㆍ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가 동료ㆍ가해자 등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가 지난해 펴낸 '인권침해 결정례집'에 따르면, 시 한 사업소 소속으로 일했던 기간제 근로자 B씨의 경우 공무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가 이후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위원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했다. 상정된 징계 사유 자체가 성추행과는 관계가 없는 데도 한 징계위원이 집요하게 성추행 관련 사실을 거론하며 B씨를 괴롭힌 것이다. B씨는 "피해자가 고소를 했다"는 등 사업소 측의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동료들로부터도 각종 억측과 소문에 시달리는 등 직장내 괴롭힘도 당했다.

시 소속 C공무원은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부서 책임자 및 시 인권센터에 신고를 했다가 직속 상사인 팀장이 그 사실을 시민단체 관계자 등 여러 명에게 폭로하는 바람에 정신적 피해를 당한 적도 있다.

또 다른 D 공무원은 성희롱 피해를 상사에게 알렸지만 오히려 질책을 당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상사는 피해를 호소하는 그에게 "보고도 안 한 자체도 미보고죄에 들어간다. 우리가 기분이 나쁘다.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 보고를 했어야지 보고를 안 한 죄가 있다"고 추궁했다.

이같은 2차 피해 우려 외에도 공직 사회에 아직까지도 강한 수직적 업무ㆍ위계 질서가 존재하는 데다 인사 이동ㆍ승진ㆍ고과 등에서 상사의 영향력이 강해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 놓기를 꺼려 한다는 게 현직 여성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한 중앙 부처 여성 간부 공무원은 "예전보다 강도나 빈도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남성 상사들이 아직도 여성들을 '꽃'으로 여기거나 회식 등에서 옆자리에 앉히고 술을 따르라고 하는 등 성차별ㆍ성폭력적 집단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이익이나 폐쇄적 조직 문화 때문에 여성들이 쉽게 피해를 고백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소속 한 여성 공무원도 "민간 분야보다 이른바 '꼰대' 남성들이 훨씬 많은 게 공직 사회"라며 "그나마 서울시 같은 곳은 공무원들의 성폭력 피해ㆍ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주는 곳이라도 있지만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호소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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