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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지방 중소병원,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안전관리 요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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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는 평소 안전의식 고양과 방재 시스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이 병원은 정기적으로 훈련하면서 숙지해온 '화재 대응 매뉴얼'을 철저하게 준수했습니다. 불이 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신고해 관할 소방서가 10분 만에 소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소방서는 도착 1시간만에 대부분의 불길을 잡았고, 나머지 1시간 동안 잔불 정리와 현장 수색 등을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신촌세브란스는 서울에서도 손꼽는 초대형 병원입니다. 큰 병원이라고 해서 모두 이렇게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잘해야 하는 대형기관도 막상 사건이 터지면 수준 이하로 대처한 사례를 우린 수도 없이 목도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47명의 인명피해가 난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 원인은 누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이 나고 벌어진 상황과 결과는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천양지차였습니다. 이처럼 같은 의료기관인데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세종병원 사례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듯 합니다. 다만 경영여건이 열악하고, 재정능력도 취약한 지방 중소병원 같은 곳에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안전관리를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을 조사한 결과, 병원 내 푸드코트 피자가게의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소방서·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스안전공사·전기안전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합동으로 정밀 감식한 결과, 본관 3층 푸드코트 피자가게가 발화지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자가게의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화덕과 연결된 환기구 내부로 유입돼 기름 찌꺼기 등에 불이 붙은 뒤 확산해 약 60m 떨어진 본관 3층 연결 통로 천장 등이 탄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자가게에서 조리 도중 불꽃이 튀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푸드코트 등 시설 관계자를 불러 과실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한편 국과수 감정 결과를 종합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앞서 3일 오전 7시56분께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불이 나 2시간만인 9시59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병원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300여명이 자력으로 긴급 대피했다. 119구조대도 7명을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소방관, 의사, 간호사 등 매뉴얼대로 움직여 화재 피해 줄였다

이번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와 원인은 비슷했지만, 병원 측 대처에 따른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발화 원인은 유사했지만 세종병원 화재는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극이 됐고,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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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병원이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는지 여부와 안전설비의 유무였다.

세브란스병원은 화재 발생 직후 신속히 신고를 했고, 소방설비 작동과 환자 대피 등도 빠르게 이뤄졌다.

반면 밀양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등 설비가 미비했으며, 심지어 화재 당일 신고가 늦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밀양 세종병원에서 응급실로 연기가 들어온 시각은 오전 7시25분이었으나 최초 신고 시각은 오전 7시32분이다.

◆병원별 경영여건, 재정능력 차이 등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본관 3층에는 입원실은 없으나 푸드코트 등 시설이 있어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직원들이 있었다. 병원은 이들을 대피시키고 원내 방송을 통해 화재 발생과 진압 상황을 알렸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뿐 아니라 연기 확산 여부를 살피면서 일부 입원 환자들을 대피하도록 도왔다. 계단을 못 오르는 환자는 소방관 등이 업어서 피신시키는 등 신속하게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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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 있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세브란스병원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피를 도왔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박 의원은 "간호사, 병원 직원과 출동한 소방관의 안내로 21층 옥상에 질서 있게 피신했다가 1시간10분 만에 병실로 무사 귀환했다"며 "화재가 진압됐지만 연기를 빼내는 작업중이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소방관과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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