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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His 스토리] 백악관 엘리트의 두 얼굴…전 부인 폭행 보도로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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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내내 그는 로맨틱하고 친절했지만, 때론 무섭도록 화를 내는 두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화나게 했는지 모르겠다.”

전 부인 두명을 폭행했다는 논란 후 사퇴한 롭 포터 백악관 비서관의 두번째 부인인 제니퍼 월러바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웠던 엘리트 관료의 두 얼굴이 폭로되면서, 백악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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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포터(왼쪽에서 세번째) 전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강력한 대북 인권 메시지를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초안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과 함께 작성했다./CNN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포터는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로 올라가는 보고서를 책임지는 문고리 권력 중 한 명으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CNN은 “트럼프가 포터의 학벌을 대단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포터는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교내 공화당원 모임인 ‘하버드 공화당 클럽’의 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도 하버드대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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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는 몰몬교 신자로, 2년간 영국 런던에서 선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BBC


아울러, 포터는 미국에서 매년 34명의 우수 학생을 뽑는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맬컴 턴불 호주 총리 등이 이 장학금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평생 로즈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닐 정도로 사회적·학문적 인지도가 높다.

이러한 포터는 이달 초 ‘이혼했던 전 부인들과 함께 최근까지 만났던 여자친구를 폭행했다’는 보도로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타블로이드 ‘데일리메일’은 지난 1일(현지 시각) 포터의 전 부인들의 폭행 증언과 함께 눈 주위가 멍든 첫째 부인 콜비 홀더네스의 사진을 공개했다. 홀더니스는 2003년 여름 결혼한 직후부터 포터가 폭행을 했으며 “말로, 감정으로, 물리적으로 괴롭혀서” 결혼 생활을 끝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포터는 그녀를 침대에 던지기도 했고 화에 못 이겨 팔다리로 그녀의 몸을 짓눌러 숨막히게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홀더네스는 “아프리카 북서부 카나리아제도로 신혼여행 갔을 때도 여러 차례 나를 발로 걷어찼다”며 “공개된 사진은 2005년 여름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때 포터에서 맞은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홀더네스는 포터가 폭행으로 그녀의 신체에 멍 자국을 남긴 것은 그 때가 유일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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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의 첫번째 부인 콜비 홀더네스가 공개한 사진/콜비 홀더네스


2009년 포터와 결혼했던 두번째 부인 제니퍼 월러바이는 “포터가 이혼 후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도 지키지 않고 행패를 부려 사법당국에 신변 보호 요청까지 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주변 친구를 위해 반려견을 돌봐주거나, 자녀를 데려다 주는 등 심부름을 할 때 포터는 남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포터는 자신이 화내는 이유에 대해 “실패한 첫번째 결혼에 대한 화풀이”라고 설명했다고 월러바이는 전했다. 그는 “가정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월러바이와 포터는 2013년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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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의 두번째 부인 제니퍼 월러바이/데일리메일


월러바이는 CNN에 포터가 이혼 후 사귀었던 여성으로부터 받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방정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터의 전 여자친구는 “포터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어떻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적었다. 그는 철저한 익명을 요구하며 “정치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포터가 더 많은 권력을 쥐게 되면서 그의 보복이 두렵다”고 말했다.

홀더네스와 월러바이는 포터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월러바이는 “그는 운전 도중 화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 밖에서는 겸손하고, 친절하며, 사려깊은 사람”이라며 “가정과 외부에서 전혀 다른 모습은 놀라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월러바이는 포터의 가정 폭력이 아버지와에 대한 미움에서 비롯될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터가 분노하는 대상은 늘 가깝고, 친밀하며, 사랑하는 관계에서 비롯됐다”며 “마치 아버지에게 느낀 화를 배우자에게 돌리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포터의 아버지는 로저 포터 하버드대 교수다. 교수 임용 전 로저는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임기)과 조지 부시(2001~2009년) 전 미 대통령 행정부때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즉, 포터 부자는 제럴드 포드(1974~1977년) 이후로 모든 공화당 정권에서 일한 셈이다.

파문이 거세지면서 포터와 염문 관계로 보도된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29)에게 시선이 몰렸다. 데일리 메일은 1일 “모델 출신 힉스 공보국장이 포터 비서관의 마음을 훔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이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포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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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힉스(왼쪽) 백악관 공보국장과 포터/데일리메일


힉스는 이방카의 인맥이며, 현재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와 힉스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이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월러바이는 “포터와 다시 결혼하고 싶다거나, 그의 인생을 망가트리려는 이유로 과거 폭행 사실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는 백악관 업무에 적임자이며, 완벽하게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신 포터가 어떤 여자와도 결혼하거나 연애하면서 또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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