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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과학을 읽다]'㎏'의 정의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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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질량(Kg) 원기[사진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길이를 측정하는 표준인 미터(m)는 '빛이 진공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라고 정의합니다.

질량의 표준인 킬로그램(㎏)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국제단위계(SI)의 기본단위는 길이(미터·m), 질량(킬로그램·㎏)시간(초·s), 전류(암페어·A), 온도(켈빈·K), 광도(칸델라·Cd), 물질량(몰·mol) 등 7개입니다. 이 가운데 ㎏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기본단위는 모두 자연현상의 상수를 기반으로 정의돼 있습니다.

초(s)는 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에 있는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9192631770 주기의 지속시간으로, 물질량(mol)은 탄소-12의 0.012㎏에 있는 원자의 개수와 같은 수의 구성 요소를 포함한 어떤 계의 물질량으로 각각 정의합니다.

㎏만 유일하게 상수가 아닌 가공물체인 원기(原器)로 정의합니다. ㎏의 원기는 백금 90%, 이리듐 10%의 합금으로 직경과 높이가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물체로, 프랑스 파리 인근의 국제도량형국(BIPM)에 보관돼 있습니다.

원래 질량의 기본단위는 그램(g)이었습니다. 1795년 그램(g)의 정의는 '0℃ 때 물 1㎤에 해당하는 질량'이었다가, 1g은 질량이 너무 작아 높은 정밀도를 얻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1798년에 킬로그램(kg)으로 바뀌어 '4℃ 때 물 1ℓ에 해당하는 질량'으로 변경합니다.

그러다가 1878년 새로운 원기용 재료로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원기둥 모양의 원기를 만들었고, 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이를 비준합니다. 1901년 제3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킬로그램은 질량의 단위이며,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과 같다"라고 질량의 정의를 선포합니다.

그러나 최초로 원기를 만든지 140여년이 지나면서, 반응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택한 원기도 마모됩니다. 원기는 머리카락 한올 질량인 1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정도 가벼워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6차 총회에서 ㎏에 대한 재정의 하기로 했습니다.

kg의 재정의는 기본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상수'(h)를 이용합니다. 플랑크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입니다. 쉽게 풀이하면, 추를 올려놓은 저울의 반대편에 전기장을 걸어 수평을 맞추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하고, 이것을 단위로 변환해 질량을 구하는 식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실험에 따라 측정값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측정값의 수치를 종합해 플랑크상수를 정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학적 의미는 크겠지만 일반 상거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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