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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뉴스 TALK] 사외이사 추천에서 제외된 KB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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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동조합이 7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식 제안했습니다. 우리 사주조합과 일반 주주의 위임을 받은 소수(少數) 주주 자격으로 노조가 나섰다고 합니다. 추천된 후보는 노조원이 아니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입니다.

KB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 금융지주 회장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정관(定款)에 신설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하지만 KB금융이 지난 5일 "윤종규 회장이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이미 발표를 한 상태여서, 노조 제안은 별로 신선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되는 얘기들을 감안할 때, KB금융 사외이사가 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소수 주주의 위임을 받은 노조가 추천한 후보가 주총 승인을 받는 방법이고, 둘째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주총 승인을 얻는 방법이죠. 두 방법 모두 회사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사외이사 추천위에서 지주 회장이 빠져야 한다는 건 금융 당국의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셀프 연임'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었죠.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 추천위에서 배제되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회장을 감시·견제하면서 차기 회장이 될 만한 역량 있는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됐다는 거죠.

반면 "사외이사들이 권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노조에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노조가 이 정보를 회사에 대한 투쟁과 뒷거래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권력화 우려'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에 방점이 찍힐지, 사외이사 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외면될지 주목됩니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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