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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레이더P] [랭킹쇼] 북한의 약한 고리 공략하는 트럼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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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과 예술단을 보냈다. 북한의 '국가수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올림픽에 맞춰 내려오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일단 풍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이 평화 공세라고 일축하며 북한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고 있다.

1. "북한의 잔혹성 다시 상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북·미 간 다소 불편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식에 참석한다. 같은 장소,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청년의 아버지도 개막식에 참석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가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손님 자격으로 개막식에 초대됐다. 펜스 부통령은 SNS를 통해 "프레드와 그의 아내는 북한의 잔혹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과 예술단 파견으로 이른바 선전전을 펴고 있는 북한을 향해 정권의 인권 '억압적 실상'을 지적하며 압박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 "21세기 인신매매 말이 되느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집무실에 북한 탈북민들을 초대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민에게 북한에 물은 잘 나오는지, 전기 시설은 괜찮은지 등을 물었다. 핵심은 북한의 인권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민들의 사연을 듣고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대부분이 인신매매의 피해자라고 하던데 21세기에 말이 되느냐. 중국 정부에 인신매매를 뿌리째 뽑도록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3. 서울에서 탈북민 만나는 펜스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현지시간 5일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소리(VOA) 등의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참석 전 서울에서 탈북자를 만날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민은 펜스 부통령이 9일 탈북민 5명과 간담회를 할 것이라는 연락을 서울 주재 미국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결 자세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정연설에 탈북자를 초청했다. 초청받은 탈북민 지성호 씨는 다리를 잃고 목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목발은 내가 자유를 찾아 새 삶을 살고 있다는 상징이자 내가 살았던 과거를 북한 정권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일에는 탈북민 8명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만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탈북민 2명이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하기도 했다. 북한 탈북민들은 세계에 북한 실상을 퍼뜨리고 북한에 대해 쓴소리를 가하고 있다.

4. 손톱깎이도 못 들어간다

지난달 27일 북한으로 항하던 두 개의 선박 컨테이너가 중국 다롄항에서 2주간 발이 묶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컨테이너는 한 단체에서 폐결핵과 간염 등에 걸린 북한 주민을 위해 준비한 의료품이 실려 있었다. 문제는 손톱깎이였다. 유엔의 가장 최근 제재 방안에는 북한에 대한 금속제품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중국 세관이 손톱깎이가 이에 해당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중국 당국이 특별승인을 내리면서 의료품 등 구호물자가 북한으로 향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로 인한 피해가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엔에 따르면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있고, 주민 중 70%는 식품 부족에, 5명 중 2명은 영양실조에 각각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한 봉사단체는 북한에 탈곡기와 퇴비제조기, 삽 등을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5. "석유 금수, 어떤 제재보다 타격"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KDI 북한경제리뷰'에서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석유에 대한 대북 제재는 그 어떤 제재보다도 북한에 뼈아픈 제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북한의 원유 공급을 연 400만배럴, 정유제품 수입을 연 50만배럴로 유지하도록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로 인해 "북한의 석유제품 수입은 현행 대비 9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마당 경제를 무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는 사실상 북한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제재'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북한 원유공업성 등 북한과 중국 기관 9곳 등 특별지정제재대상 명단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여덟 번째 단독 제재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근 100여 척의 북한 어선들이 일본 해안에 떠내려왔으며, 배에 타고 있던 어민 3분의 2가량이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연료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면서 "제재가 북한에 정말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6. 코피전략

'코피전략(bloody nose)'은 상대방의 코피를 터뜨려 전의를 상실케 한다는 전략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들을 정밀 타격하고 압도적 전력으로 포위해 반격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코피전략에 대한 이견이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낙마 배경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북 강경파인 빅터 차는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 "코피전략은 미국에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려 표명 뒤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고 대사 공식 부임을 기다리던 도중 낙마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코피전략을 거론하며 "이 땅의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는 순간 미국의 역사가 끝장 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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