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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앵커브리핑]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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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뉴스룸에서도 인터뷰 했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 상표전쟁 > 이라는 단편소설을 통해서 국가보다 기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미래사회를 상상했습니다.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초국적 기업들이 학교, 병원, 군대, 심지어 도시를 소유하게 되고 마침내 지구를 벗어나 우주 개발에까지 뛰어들게 되지요.

"프랑스인, 미국인 영국인… 이 아니라 프랑스 르노인, 미국 애플인, 일본 소니인 이렇게 불렀고…아예 마이크로 소프트인, 디즈니인, 토요타인과 같은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베르베르의 그 기묘한 상상 속에는 한국의 미래 또한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도시는 잠수함들로 이뤄진 최초의 사설 함대를 갖추고 있어서, 때때로…분쟁이 빚어지곤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몰라도 삼성이라는 기업은 안다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상징성과 영향력.

사실 그것은 외국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따라 수많은 젊은이의 희비가 엇갈리고, 3세 경영인의 구속여부가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대로라면 말 그대로 미래의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삼성인으로 불려야 할지도 모르지요.

우리가 불쾌해 하든 유쾌해 하든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야기 할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답변할 줄 몰랐다"

"100점 만점에 200점 주고 싶다"

지난 2016년 12월,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그룹의 핵심관계자들은 그렇게 평가했습니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당시 청문회에서 그는 "모른다" "송구하다"는 말로 모든 답변을 대신했지요.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다"

"답답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이 내린 냉정한 평가와는 달리…내부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내부논리로 뭉쳐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국민들이 왜 '국민 기업' 삼성에 반감을 가지는지…이해하기 어려울 것" 이렇게 이야기했던 기자의 지적은 따가웠습니다.

그리고 어제, 3세 경영인은 353일 만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중요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 삼성 측 변호인

삼성 측의 변호인은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겐 어제의 판결 역시 100점 만점에 200점이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과연 그런가… 기업과 시민간의 간극이 이렇게 좁혀지지 않는다면 그 판결에 안도하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정작 삼성이 두려워하고 우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던 소설 < 상표전쟁 > 베르베르는 작품의 제목 밑에 이런 부제를 달아놓았습니다.

"있을 법한 미래"

삼성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재판부가 내리는 형량이 아니라…그 부제를 보면서 반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시민사회가 아니던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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