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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본질 비튼 면죄부”vs”뇌물 전부 무죄”...李 상고심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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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아니라는 것”
삼성 측 “승마지원 뇌물이면 崔가 공무원?”
양측 모두 항소심 불복, 상고할 가능성 높아
상고심, 심리 시작까지 최소 한달 이상 걸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풀려났지만,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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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조선일보DB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직후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특검이나 이 부회장 측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7일 이내에 상고할 수 있다. 다만 특검이 1심 결과에 불복하며 펼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거나 ‘핵심 증거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다’ 같은 주장은 더 이상 내세울 수 없다. 대법원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해석이 적정한지만 따지는 법률심(法律審)으로 운용된다.

상고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하면 재판부는 보름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대법원에 보낸다. 대법원은 이후 주심 대법관을 정해 원심판결문과 상고이유, 양측이 제출한 답변서 등을 검토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나선다. 여기까지만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검법상 1심은 3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2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1심 6개월, 2심 5개월이 걸렸다. 특히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1심부터 법률적 논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상고심 역시 1·2심에서 다퉈졌던 논리싸움이 재현될 전망이다. 다만 1·2심처럼 양측이 직접 법정에 나와 공방을 벌이지는 않는다.

특검은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이 승마지원 명목으로 최순실씨의 독일 법인에 송금한 3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검은 “삼성이 재산을 빼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주려고 해외로 보낸 재산이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재산국외도피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 가운데 법정형(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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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조선DB


36억 뇌물 유죄 판단에 대해서는 삼성 측도 마냥 수긍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그간 삼성 측은 “승마지원에 대해 뇌물죄가 인정되면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씨도 공무원 취급하게 된다”며 전부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 측 한 관계자는 “단순뇌물죄가 인정된 부분은 상고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 정유라씨가 마필이나 차량을 공짜로 쓴 이익을 뇌물로 인정한 부분도 고려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1·2심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共謀)관계가 인정되면, 뇌물이 공무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거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거나, 기존 판례를 바꿔야 할 만한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상고심 절차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싸게 발행해 준 혐의(배임)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에버랜드 임원들에 대한 전원합의체를 거쳐서야 무죄를 확정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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