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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재용 석방 왜?…法 "'경영승계·부정청탁·0차 독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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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소중한 시간…더 세심히 살피겠다"

法, "朴 강압에 의한 피해자" 삼성 논리 그대로 수용

1심 핵심증거 '안종범 수첩'·'김영한 일지' 증거 배제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경영권 승계지원 대가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피해자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5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최지성(67)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63)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55) 전 전무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 2월 구속 후 353일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를 나오면서 취재진과 만나 “좋은 모습 못 보여드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와병 중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보러 삼성의료원으로 향했다.

재판부는 비선실세 최순실(66)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일부에 대해서만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의 역전승 배경에는 삼성이 재판 과정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강압에 의한 지원’이라는 논리가 일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정경유착’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및 1심 재판부의 시각과 정반대로 판단했다.

이는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논리가 배척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1심은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 현안은 물론 포괄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이 인정했던 묵시적 청탁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작업 추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1심이 간접증거로 채택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에서의 부정한 청탁 청탁 증거로 판단한 ‘안종범(전 경제수석) 수첩’과 ‘김영한(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진술내용이나 진실성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이를 배제하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삼성 승계’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들에 대해서도 “추론으로 작성된 의견서에 불과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보고서를 인지했다고 해서 승계 작업 추진에 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승계작업의 의미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공소사실의 핵심적 부분인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밝혔다. 즉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고자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의 뼈대를 정면 부인한 것.

재판부는 “계열사들이 추진한 일부 현안들이 성공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각 계열사들의 경영상 필요나 합목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고 이 부회장에게 미치는 효과 크기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에 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특검이 항소심 들어 공소장에 추가한 2014년 9월12일 이른바 ‘0차 독대’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안 전 수석 비서관인 김건훈 전 행정관이 작성한 주요 논의 일지는 대해 “사후에 작성됐고 기재된 다른 내용 일부도 사실과 달라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의 명함을 받아 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했다’는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증언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명함엔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신빙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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