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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과학을 읽다]③커피, 천사와 악마의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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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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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나폴레옹의 외교관으로 불리며 18세기 유럽 외교가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은 커피를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커피의 양면성에 이처럼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 싶습니다. 탈레랑의 표현처럼 커피는 인간에게 때론 천사처럼, 때론 악마처럼 영향을 미칩니다.

커피를 마시면 우선 건강에 이롭습니다. 매일 커피를 마시면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춰줍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매일 4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향후 10년간 사망 위험을 64%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루에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전혀 안 마시는 사람보다 3∼7년 정도 더 오래 살고, 하루에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과 파킨슨병, 성인 당뇨병, 뇌졸중에 따른 조기 사망 등의 위험이 줄어들고, 자살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커피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예방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2016년에 치매 예방 효능이 있는 효소를 발견했습니다. 이 효소는 뇌 속에서 신경세포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효소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카페인이 이 효소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판명됐습니다.

반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카페인에 중독돼 불임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미국 네바다대 의대 신 워드 교수팀은 카페인이 임신 가능성을 낮춘다는 동물 실험 결과를 2011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 경우 나팔관 근육의 활동성을 위축시켜 난자가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이동하기 어렵게 해 결국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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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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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피부병학자 데보라 와텐베르그 박사는 매일 마시는 커피가 피부를 노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확히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주범입니다. 이 때문에 술이나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피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심코 즐기는 커피에 카페인이 많이 쌓이면 불면증이나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위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적절한 카페인 섭취량을 국민들에게 권고하기도 합니다.

대만 소비자보호처는 카페인 함량 하루 섭취 권고량을 300㎎으로 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만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300㏄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310㎎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두세 잔씩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성인 기준 400㎎ 이하가 카페인 1일 권장 섭취량입니다. 커피전문점 커피 한 잔에 카페인 123㎎, 에너지 음료는 99㎎, 캔 커피는 84㎎ 정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3.3잔, 에너지 음료는 4캔, 캔커피는 4.8캔 이상 마시면 1일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초과하게 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에 의외로 많은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이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시면 인체에 해롭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서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롭다. 커피도 적절한 양을 마신다면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커피 찌꺼기가 다른 냄새를 잘 빨아들여 신발장이나 화장실, 옷장, 냉장고에 넣어두면 탈취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장화나 겨울 부츠 속에 커피 찌꺼기를 넣어두면 습기도 없애고 냄새도 없앨 수 있고, 화분의 영양재로도 사용됩니다.

천사와 악마의 양면성을 갖춘 커피는 활용하기 나름입니다. '악마의 음료'로 변하지 않도록 약간 모자란 듯 섭취하는 타협의 자세가 커피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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