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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누네스 메모' 공개 파문…'러시아 스캔들' 수사 난항 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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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내통하고,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미 수사 당국이 편향적인 태도로 수사에 임했다는 내용의 기밀 메모인 ‘누네스 메모’를 2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FBI와 법무부, 민주당의 반대에도 누네스 메모를 공개했다며, 이는 앞으로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누네스 메모, 미 수사당국 ‘편향성·신뢰성’ 지적

누네스 메모는 공화당 소속의 데빈 누네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측이 작성한 4쪽짜리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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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일 미 하원이 공개한 ‘누네스 메모’. /블룸버그


이 메모는 FBI와 미 법무부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외교 정책 보좌관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상대로 감청 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FISA에 의해 감청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당국은 합법적으로 대상자를 감청할 수 있다.

그러나 FBI와 미 법무부가 감청 영장 발부를 위해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반대파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지원을 받은 영국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문건(dossier)’을 참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수사 당국이 편파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영장을 발부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스틸이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내용도 주목받았다. 메모에 따르면 스틸은 미 법무부 고위 관리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열정을 다했다”고 말했다.

◇ 미 공화당 “편향 수사 증거” vs 민주당 “사건 왜곡, 수사 방해”

공화당은 이를 두고, (트럼프에 대한) 스틸의 편견과 부정적 성향을 나타내는 분명한 증거”라며 “그는 반트럼프적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공화당은 또 수사 당국이 페이지를 대상으로 감청 영장 발부를 요청하기 전에 이 메모를 참고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했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와 트럼프가 결탁한 것이 아니라 클린턴과 반트럼프 세력이 결탁한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누네스 메모가 공개된 뒤 이 메모가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위한 사실을 왜곡하고 사건을 정치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FBI, 미 법무부와 함께 누네스 메모 공개를 강력히 반대했다.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화당 의원들은 법무부와 FBI의 신뢰성을 흔들어 외부의 적(러시아)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덮으려고 한다. 그들은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공범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메모의 내용이 왜곡돼 있어 신뢰할 수 없다”며 누네스 메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누네스 메모를 공개하기 전 ‘국가 안보’를 위해 철저한 법적 검토를 거쳤고, 일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트럼프, 수사 당국 흔들까…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속 여부 ‘관심’

이러한 상황에서 미 수사당국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날 라자 샤 백악관 부차관보는 CNN에 “법무부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해고하는 것을 논의하거나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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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 /조선DB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누네스 메모는 FBI 고위층에 반트럼프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이는 뮬러 특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수사당국이 참고한 스틸의 문건이 클린턴 캠프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누네스 메모를 빌미로 FBI와 법무부 조직, 나아가 뮬러 특검의 수사까지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누네스 메모 공개가 FBI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누네스 메모를 구실로 뮬러 특검을 임명한 로드 로즌스타인 미 법무부 부장관,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핵심 인물들을 경질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레이 국장 “수사에 전념할 것”…코미 전 국장 “FBI는 할일을 계속하라”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을 해직하더라도 뮬러 특검의 수사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실제 레이 국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FBI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나는 우리 임무에 전념하고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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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2018년 2월 2일 누네스 메모가 공개된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 트위터 캡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도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진전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누네스 메모가 공개된 뒤 트위터에 “이게 전부인가(That’s it?)”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됐다.

코미 전 국장은 “부정직하고 잘못된 정보가 하원 정보위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파괴했다”며 “또 이는 미 해외정보감시법원(FISA court)의 관계를 손상시켰고,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기밀 조사를 완전히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코미 전 국장은 누네스 메모가 공개되면서 그가 FBI를 지휘할 당시 카터 페이지를 대상으로 감청 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밝힌 데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CBS뉴스는 전했다.

코미 국장은 이어 “대체 무엇 때문인가? 법무부와 FBI는 그들의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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