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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과학을 읽다]①커피,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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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인도네시아 농민이 햇볕에 말리기 위해 커피 원두를 마당에 고르게 깔고 있다. [사진출처=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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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현대인에게 커피는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습니다. 적당하면 건강에 유익하지만 지나치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좀처럼 외면하기 힘든 것이 커피 한잔의 유혹입니다.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던 이유 가운데 하나 아닐까요.

커피가 처음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6세기경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한 양치기가 빨간색의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염소를 보고 직접 먹어보면서 커피의 효능을 알게된 것입니다. 이후 이슬람교의 분파 중 하나인 수피교도들에 의해 아랍 전역으로 전파됐고, 11세기 십자군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 무역을 통해 아랍권의 대표 음료이던 커피가 유럽 전역으로 퍼집니다. 그러면서 유럽의 주류 음료였던 맥주와 포도주의 소비량이 줄어듭니다.

이에 반발한 기득권 상인 세력이 커피의 소비를 막기 위해 "신이 이교도들에게 포도주를 금한 대신 커피를 마시게 했다. 커피를 마시면 사탄에게 영혼을 빼앗긴다", "지옥을 연상시키는 악마의 음료다"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립니다.

인도계 미국인 심란 세티의 책 <빵, 와인, 초콜릿>에 따르면 맥주와 포도주 시장을 지키기 위한 상인들의 작전(?)에 넘어간 가톨릭 성직자들은 당시 교황이던 클레멘스 8세에게 '악마의 음료'인 커피를 금지시켜 달라고 청원합니다.

그러나 커피를 마셔본 교황은 "왜 이 악마의 음료는 이교도만이 마시라고 하기에는안타까울 정도로 맛있을까. 우리가 그것에 세례를 줘 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로 만들어 악마를 놀려주자"라면서 커피를 오히려 장려하자 커피는 유럽 시장을 장악게 됩니다. 혹 떼려던 기득권 세력이 혹 하나를 더 붙인 셈입니다.

커피가 가장 사랑받는 이유도 커피 속에 있는 카페인 때문이고, 커피가 배척 당하는 이유도 카페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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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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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카페인이 사랑과 배척을 동시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페인은 커피 열매나 차 잎을 벌레에게서 지켜주는 자연 살충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일종의 흥분제로 작용합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 지는데 몸의 DNA를 구성하는 핵산의 하나입니다. 이 아데노신은 뇌에서는 각성 상태를 완화시키고 잠이 들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 전달물질 중 하나입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입니다. 뇌 속에서 아데노신 보다 먼저 신경의 수용기에 결합해 아데노신이 졸음을 유도하지 못하게 방해함으로써 졸음을 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카페인은 또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해 몸이 행복감과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강력한 습관성으로 문제가 되는 코카인 등의 마약과 달리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습관성이 거의 없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페인도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면 중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척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신경과학자인 스티븐 밀러(Steven Miller) 박사는 "우리 몸에서 카페인의 영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5시간이 지나면 섭취했던 카페인의 절반이 배출되고, 10시간이 지나면 4분의 1이 남는다. 커피 마신지 몇 시간이 지나면 커피 생각이 또 나는 것은 부족한 카페인 보충해 달라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카페인 중독'이라고 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카페인 커피에도 아주 소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커피를 사랑하신다면 아주 적은 양의 카페인 정도는 포용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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