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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빅픽처] '7년의 밤'-'궁합', 늦깎이 개봉작 '흑역사'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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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맛집으로 유명한 김치찌개 식당은 대부분 담근 지 2년 이상 된 묵은지를 쓴다. 최적의 온도에서 긴 시간에 걸쳐 숙성된 김치는 갓 무쳐낸 겉절이와는 또 다른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공식이 영화에도 적용된다면 촬영 종료로부터 개봉까지 긴 시간 소요된 영화는 관객에게 더 다양한 재미와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묵은지 영화' 혹은 '창고 영화'라고도 불리는 늦깎이 개봉작 2편이 올 상반기 관객들과 만난다.

모두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배급작이다. 국내 투자배급 업계 1위인 CJ는 4강(CJ, 쇼박스, 롯데, NEW) 중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다. 연간 10여 편이 넘는 영화를 배급하면서 개봉 영화의 순번은 유동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다. 잘 만든 영화는 눈치 볼 여지가 적다. 그럼에도 여러 부수적 요소, ▲ 영화의 내·외부적 요인 ▲ 경쟁작 추이 ▲ 배우 스케줄 등을 고려한 끝에 개봉 시기를 잡는다.

두 영화의 개봉 지연은 이같은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 결과였다. 크랭크업(촬영 종료)으로부터 2년, 오래도 걸렸다. 그러나 분명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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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의 밤'-'궁합', 드디어 빛 본다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이 드디어 개봉한다. 이 영화는 세령호에서 벌어진 우발적 살인 사건.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 그리고 7년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렸다. 2011년 출간돼 큰 사랑을 받았던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류승룡과 장동건, 고경표 등이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2016년 5월 25일 크랭크업한 영화는 오는 3월 개봉을 확정했다. 1년 10개월 만의 개봉이다. 보통의 영화가 촬영을 마친 후 후반 작업에 들어가 6개월 이내로 개봉하는 패턴을 볼 때 1년 이상 개봉이 지연된 것이다.

'7년의 밤'은 제작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문제와 CJ엔터테인먼트의 내부 라인업 조정으로 개봉일이 확정되지 못했다. 그 사이 주연 배우 류승룡과 장동건의 차기작 '염력'과 'V.I.P'가 먼저 선을 보였다.

최근 '염력'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류승룡은 '7년의 밤'의 늦은 개봉에 대해 "연기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지금도 영화의 엑기스를 농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빨리 만들고, 빨리 소비되는 시대에 긴 시간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영화는 드물다. 기대해 달라"고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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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도로 치면 '7년의 밤'보다 '궁합'(감독 홍창표)이 더 높다. '궁합'은 궁중의 정해진 혼사를 거부하는 송화 옹주(심은경)와 각기 다른 사주를 가진 부마 후보들의 궁합을 보기 위해 입궐한 천재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의 운명을 그린 영화. 2013년 개봉해 전국 900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에 이은 역학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15년 12월 23일 크랭크업했다. 주연배우인 이승기는 이 작품을 찍고 입대했다. 그러나 개봉은 제대 후 이뤄지게 됐다. 군 복무 중 개봉을 예상했던 이승기는 홍보 영상까지 찍고 입대했지만, 쓸 일은 없었다.

'궁합'은 지난 2년간 마땅한 개봉 시기를 잡지 못했고, 다행히(?) 이승기가 홍보에 참여할 수 있는 지금 개봉하게 됐다. 이 사이 역학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명당'(감독 박희곤, 투자배급 메가박스 플러스엠)마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개봉 지연으로 인해 '궁합'을 설에, '명당'을 추석에 선보일 수 있는 괜찮은 그림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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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지 공식, 영화에는 안 통했다?

최근 3년간의 통계를 보면 묵은지 공식은 영화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촬영 종료로부터 개봉까지 1년 이상 걸린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창고 개방이 있었다.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희생부활자'와' 씨네그루가 투자배급한 '미옥'이 대표적이다.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2015년 12월 21일 크랭크업 했으나 개봉은 2017년 10월 12일에 이뤄졌다. 개봉 시기가 미뤄지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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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영화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전국 32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전작 '극비수사'(2014)로 286만 흥행에 성공하며 기세가 좋았던 곽경택 감독은 '희생부활자'로 흥행의 쓴맛을 봤다.

'미옥'(감독 이안규)의 성적도 처참했다. '소중한 여인'이라는 가제로 촬영을 시작해 2016년 4월 28일 크랭크업 한 영화는 1년 7개월만인 지난해 11월 9일 개봉했다. 손익분기점 200만에 한참 못미치는 23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 영화도 개봉 시기를 섣불리 잡지 못하며 내부 논의만 반복됐다. 제작진은 최종 제목을 '미옥'으로 바꾸며 재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여성 느와르에 마케팅 방점을 찍은 영화는 기대를 밑도는 완성도로 평단과 관객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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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개봉작, 흑역사만 있었다? 천만에!

흑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은 1년 늦은 개봉에도 전국 265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작품은 2016년 1월 30일 촬영을 마쳤고, 2017년 9월 개봉했다. 관객과 만나는데 1년 8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쇼박스는 "내부 라인업 조정으로 해를 넘겨 개봉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이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았다. 결말만 26가지 버전이 있다고 할 정도로 풍성한 이야기를 자랑한 영화는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개봉 연기는 흥행의 호재로 작용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비수기인 가을 극장에서 15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3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에 힘입어 결말이 바뀐 감독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로 호연을 펼친 설경구는 4전 5기만에 손익분기점 돌파작을 내며 한동안 구겼던 자존심을 빳빳하게 폈다.

그렇다면 CJ엔터테인먼트의 창고 개방은 보물 창고가 될 것인가. 재고 처분이 될 것인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궁합'은 2월 28일, '7년의 밤'은 3월 말 개봉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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