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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1>기술 기반 창업 vs 디자인 기반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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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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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대부분은 자신이 고안한 아이디어로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자신감도 없이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때 창업자가 고객을 설득해 구매 욕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원천은 '기술'과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이 고안한 제품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든가, 디자인이 탁월하다는 등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주의할 점은 '기술력에 근거한 창업'과 '디자인에 근거한 창업'이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제품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례로 신약의 경우에는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평균 16년이 소요된다. 해당 기간 동안 평균 8억달러 수준 개발비용이 투여된다. 온라인 게임 개발 역시 평균 200억~3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개발 기간도 4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 경우도 있다.

물론 위의 사례는 개발기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산업군에 해당된다. 분명한 것은 기술은 디자인에 비해 통상적으로 높은 R&D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기술 기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이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됐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술 기반 창업은 특허출원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 속에서의 시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이 실제 상황에서 원활히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 때 잘 나가던 신생 운동화 회사는 세탁 과정에서 운동화 물이 빠지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호평 받던 MP3플레이어 개발 회사 역시 영하의 추운 날씨에는 MP3플레이어 작동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결국 외면당한 바 있다. 사소한 부분을 놓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개발 기간 못지않게 상당 기간 시운전이 요구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 기술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또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하나 만드는 데 사용되는 특허는 7만여건에 달한다. 이들 기술을 어떻게 조합할 때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생산 과정에서도 각각의 특허 보유회사로부터 부품을 구매하거나 로열티를 지불해 특허를 활용하기까지 수차례 협상해야 한다. 당연히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디자인 기반 창업은 다르다. 디자인 개발은 상대적으로 기술 R&D와 달리 다양한 연구 기기와 설비가 필요치 않다. 디자인은 개발 시간 역시 편차가 크다.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나온 디자인 결과물이 커다란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순간적인 직관에 의해 탄생한 디자인 창작물이 소비자로부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디자인이 기술에 비해 결과물을 도출하는데 투여되는 비용과 시간이 적다고 해서 부가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5300억달러로 같은 해 자동차 시장 규모 7900억달러보다 많다. 월트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연간 6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다.

디자인 역량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흔히 말하는 '짝퉁 제품'을 주의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술에 비해 지식재산권으로 쉽게 보호받기 어렵다. 완전히 똑같지 않은 이상, 자신의 작품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함부로 지재권 침해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많은 창업자가 기술 또는 디자인을 통해 남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감내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디자인과 기술을 내포하고 상이함을 미리 인지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시련을 보다 쉽게 이겨낼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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