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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회계 사각지대]③종교인 과세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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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종교인 과세 포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추가 세수 약 100억원 추정

- 종교 활동비는 비과세 '논란'…"종교인들, 월급 줄이고 활동비 늘릴 것"

- 기재부, 종교 활동비 세무서 신고 의무화…시민단체 "종교단체가 과세소득 조정 가능, 조세형평성 훼손" 비판

메트로신문사

지난해 5월31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종교인 과세가 올해부터 시행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세금부과 범위가 좁은 데다 세금부담도 일반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보수 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종교 탄압'을 운운하며 2년간의 유예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반시민과 교계를 중심으로 "종교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지난해 말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쟁점이었던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 소득으로 유지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대신 종교단체가 해마다 그 내역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토록 했다.

정부는 당시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50년 만에 과세가 첫 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득세법과 그 시행령이 과세의 기본 원칙인 조세형평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한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종교인 과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 세무조사를 해도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종교인 과세"라고 지적했다.

◆ 추가 세수 100억원 추정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종교인은 23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세금을 한 푼이라도 내는 경우는 전체의 20% 수준인 4만6000여 명 정도다. 지난 1994년 천주교와 2012년 대한성공회는 이미 교단 차원에서 자진 납세하고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추가 세수는 약 10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교 단체는 종교인 개인별로 지급한 소득명세를 1년에 한 번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종교 활동비는 지급액 신고만 의무화하고 장부나 서류 등 종교단체 회계와 관련된 세무조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당시 종교 활동비 관련 "개인의 생활비가 아닌 주로 자선과 사회적 약자 구제 및 교리 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해 비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납세자와 유사한 수준이 되도록 종교인 소득 중 비과세 소득인 종교 활동비 지급액은 신고(지급명세서 제출)하도록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에서 종교 활동비는 종교단체가 용도를 인정하기만 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어 세금탈루의 편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컨대 총 300만원의 수입 중 종교 활동비 비중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교단체가 월급은 줄이고 대신 종교 활동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종교인에게 사실상 임금을 지급할 경우 과세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실제 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목회 활동비는 교회 명의의 신용카드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하되 증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특수활동비'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에 대해 "종교 활동비는 종교단체의 활동과 관련된 비용으로 일반기업의 업추비나 판공비 개념"이라며 "규모가 큰 곳은 이런 비용을 법인카드에서 별도로 지출되도록 하기 때문에 과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최 실장은 이어 "규모가 작은 곳에선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서 개인소득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과세하느냐가 문제"라며 "이에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급된 금액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여 비과세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교 활동비의 비과세는 유지하지만 신고 등 납세 협력의 의무는 일반 납세자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종교 활동비에 대한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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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종교인 과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 여전한 특혜 논란…세 범위 좁고 부담 적어

과거 우리나라는 종교인 소득에 대해 관행적으로 비과세 처리해 왔다. 처음으로 종교인에게 각종 근로소득세 부과를 시행해야 된다고 입장을 밝힌 인물은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으로 꼽힌다. 다만 이후 종교계 반발이 거세 철회했다.

이후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세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2년간 심의하여 2015년 입법했고 2년의 유예를 거쳐 올 1월 1일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했다. 이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 소득에 있어 비과세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 그전까진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종교인 소득에 대한 비과세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만 이 같은 종교 활동비 논란을 제외하고도 종교인 과세는 '특혜'라는 주장이 나온다. 종교인 과세는 소득세법이 정하는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 부담이 적다는 이유다.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여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을 적용했지만 기타소득에는 필요경비가 30~80% 인정된다. 그 결과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5000만원(월 417만원)인 종교인이 내는 원천징수액은 월 5만730원으로 근로임금 노동자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과세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종교인 소득 범위를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으로 제한했다. 다른 종교단체나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건네는 사례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강석훈 목사는 이 같은 종교인 과세 특혜 논란에 동의하며 "이는 종교인 특혜일 뿐 아니라 비영리 법인의 회계 투명성도 저해하는 후퇴한 개정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봉준 기자 bj35se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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