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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영세업자 "최저임금 인상? '경제적 사형선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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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중소기업주와 소상공인의 심리적 부담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법정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법입니다. 특히 지급능력이 충분한데도 각종 편법을 동원해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업주는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연이은 경기불황으로 임금을 제대로 주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는 영세업자들도 부지기수입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용실·주유소·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주 10명 중 8명꼴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전체의 13.6%인 266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결과도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 23.6%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무차별적으로 강하게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고용당국은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명단 공개에 신중을 기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몰아붙이는 식으로 하면 애초의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작년 대비 16.4% 인상되면서 영세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신용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신중하게 명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기준일 이전 3년 내 최저임금 미달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도 3년 내 2회 이상 유죄 확정된 경우 가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방침에 대해 중기·소상공인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10%가 훨씬 넘는 현실에서 그 많은 위반 사업주들을 어떻게 다 공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계도가 우선이고 악질적인 경우에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감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되레 정부는 사업주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용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 공개 확정 아니다"

정부는 중기·소상공인들의 반발을 감안해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신중하게 명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위반 사업주 이름을 무조건 공개한다는 게 아니다. 반복 횟수 및 근로자 피해액 등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고용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계획은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하지 않았다.

영세 자영업자·사용자 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목표를 섣불리 공개했다가는 자칫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 대량해고? 임금삭감?

벌써부터 근로자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한 이른바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달 20일까지 이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200여건의 '최저임금 갑질'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제보자가 확인된 이메일 제보 77건을 분석한 결과, 한 달 이상 간격을 두고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하는 등 상여금을 삭감하는 '상여금 갑질'이 35건(45%)으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법은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규정한다.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 기본급을 그만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일부 업주가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단체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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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기업이 대량해고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최저임금과 관련한 제보 내용은 임금 삭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신뢰성 높은 제보 내용에 대해 조사를 거쳐 고용부에 신고해 최저임금에 관한 불법•편법 행위를 바로잡을 예정"이라며 "고용당국에 신고해도 시정되지 않으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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