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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클릭 이 사건]"임금피크제 반발한 직원 면직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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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 인사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모씨(60)는 2016년 노사 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에 반발했다.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법원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사내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진정과 가처분 경과를 설명하고 노조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씨는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회사 간부들에게 하대하는 어조로 발언하기도 했다.

A은행은 결국 같은해 7월 김씨에게 중징계인 면직 처분을 내렸다. 진정과 소송을 제기해 회사의 신용과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직원들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공개석상에서 상급자를 비하하고 불법적인 집회·시위를 시도했다는 것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김씨는 이에 반발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는 "상급자에 대한 하대행위는 인정되지만 나머지 사유는 정당한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며 "김씨에 대한 면직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은행은 불복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A은행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의 문제 제기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김씨는 임금피크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기존에 비해 40%에 불과한 임금을 받게 됐다"며 "이해당사자로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법원에 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른 것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은 근로자가 연령 차별 행위에 대해 진정·소송 등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김씨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하기 어려울 뿐만 단순히 사측에 대해 진정과 소송을 냈다는 것만으로 사측의 신용과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면직 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고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SNS에 올린 글이 '선동'으로 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직접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알리면서 노조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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