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기고]가야문화 복원 첫 과제는 ‘가야’ 어원 찾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야사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경남·경북·전북·부산 등 가야 문화권 4개 광역지자체는 총 2조9376억원을 들여 415건의 가야사 복원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경향신문

필자는 가야 문화 복원의 첫 과제는 ‘가야(伽倻·GAYA)’라는 말의 어원과 그 배경을 밝히는 데 있다고 본다. 이는 가야 문화의 정신과 올바른 역사를 알아내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30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동국대 세계불교연구소가 주관한 ‘가야사와 가야불교의 재조명’이란 주제의 학술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가야 연구의 유일한 역사기록인 <숭선전지(崇善殿誌)>의 첫머리 ‘가락국기’를 토대로 ‘가야’의 국명에 대한 시원과 유래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가 건무18년 임인년(서기 42년), 9간(九干)에 의해 왕으로 추대돼 나라를 세우면서 국호를 ‘가야’로 칭했다. 수로왕이 국호를 ‘가야’로 정한 것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바가 지대하고, 이러한 사실들을 고 교수는 가야의 유물이나 사료, 당시의 국제정세와 대외관계, 문화교류 등을 종합해 제시했다. ‘가야’라는 국명은 인도의 부다(Buddha·기원전 624~544)라는 성인이 진리를 터득한 장소인 ‘가야’라는 지명과 ‘깨달은 사람’을 상징하는 ‘부다’가 합쳐진 ‘부다가야’가 되었고, 이후 ‘가야’로 압축돼 국명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날 학술회의는 불교사학의 대표적인 교수와 학자들의 연구·발표로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그 학술대회 이후 지방대학의 교수 한 분이 “설화적 전래사를 가지고 불교전래를 300여년 앞당기는 역사 만들기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했다. 참으로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야’라는 말과 국명은 2000년 전에 생겼고, 우리는 이 단어를 2000년 가까이 써왔다. 이것은 엄연한 무형의 유산이자 현존 사실로 ‘가야’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그간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발표였는데, 어떤 뜻으로 그러한 주장을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김수로왕이 나라 이름을 ‘가야’로 정한 시기가 기원 초라고 하는 것은 이미 정사로 알려져 있다. 가야라는 용어를 비롯해 불교적 전문용어, 그리고 왕들의 생존연대 및 여러 곳의 지역 명칭 등 다양한 사료들이 수록돼 있는 ‘가락국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제는 이뤄져야 한다.

지난 15일에도 경북 고령 등지에서 가야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보여주는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경향신문 1월16일자 보도). 진정한 가야사 연구는 이제부터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각 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야사 연구가 그간 국사학회의 기득권적 사고로 인해 그 열기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선진규 | 가야불교문화원 연구위원장>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