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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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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ㆍ반도체에도 강경 조치 가능성

정부 “보복관세 등 대응” 수개월 이상 걸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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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2일(현지시간) 삼성ㆍLG전자 제품 등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초강경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물론 미국의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강하게 맞섰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수단은 대부분 수개월에서 수년 이후에나 실효성이 있는 조치들이어서, 당장 피해를 볼 국내 기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더구나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세탁기에 그치지 않고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3대 시장인 미국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미 중간선거(11월)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는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다음달 발표될 예정인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의 미국 안보 침해조사 결과 보고서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으로 자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경우 높은 관세를 포함,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할 수 있다. 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국내 철강업계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4월엔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정책 어젠다’와 ‘무역장벽’(NTE) 보고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제2차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맞물려 나올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와 무역장벽 보고서엔 트럼프 행정부의 더욱 강경한 입장이 반영될 것이 확실하다.

미 재무부가 4월 발표할 예정인 환율보고서의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환율보고서에선 우리나라가 감시 대상국에 머물렀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 타깃을 한미FTA 재협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WTO 제소를 통해 미국이 벌이는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에 제동을 걸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WTO에 이전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미국이 지난 2013년 2월 삼성ㆍLG전자의 세탁기에 반덤핑ㆍ상계관세 조치를 하자 WTO에 제소,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미국이 WTO 판정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측의 이번 양허정지 신청은 미국 측의 조속한 판정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WTO의 중재 판정 과정이 남아 실제 양허정지까지는 앞으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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