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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강남 재건축 4중 족쇄, 최대 8억4000만원 '세금 폭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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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연한 연장 등에 이어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시행

“사업 접으란 건가” 시장 패닉

다른 개발엔 미적용 형평성 논란

미실현 이익에 과세 위헌 소지도

국토부는 “최대한 보수적 계산”
한국일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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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세금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5월부터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에게 최대 8억4,000만원의 개발 부담금이 부과된다.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에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따른 세금폭탄까지 가시화하면서 강남권 집값 급등세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재건축 조합 설립이 완료된 서울 지역 20개 단지(강남 4구 15개 단지 포함)의 재건축 개발 부담금을 추정한 결과, 1인당 평균 3억6,600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부터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4구의 재건축 조합원당 평균 예상 부담금은 4억3,900만원이나 됐다. 단지별 차이도 커 강남 4구 15개 단지 중 부담금이 가장 많은 곳은 8억4,000만원, 가장 적은 곳은 1억6,000만원이었다. 4곳은 6억원이 넘었고, 4억~6억원도 5곳, 2억~3억원은 5곳이었다. 강남 4구가 아닌 서울 5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1인당 예상 부담금은 평균 1억4,700만원이었다.

재건축 개발 부담금이란 재건축 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넘는 개발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초과이익의 최대 절반 이상을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지만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201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예됐다 올 1월 부활됐다. 조합원별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이하면 내야 할 부담금이 없지만 1억1,000만원을 넘으면 1억1,00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금의 절반(50%)에 2,000만원을 더한 금액이 부과된다. 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으로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제한 금액으로 계산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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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조합은 3개월 안에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산정을 위한 기초 자료를 관할 시ㆍ군ㆍ구에 제출해야 한다. 자료를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1개월 내 예정액을 통지해야 한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통지받은 재건축부담금을 반영하게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지난 1일 부활함에 따라 이르면 5월부터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이뤄진다.

이날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발표되자 강남4구 재건축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조합원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기본 분담금 외에 1인당 최고 8억원이 넘는 개발 부담금을 ‘세금’으로 내라는 것은 사실상 재건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렇게 많은 부담금이 나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이 정도 수준이면 재건축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도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 집값 불안의 진앙지라고 보고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연한 확대, 안전진단 강화에 이어 초과이익환수제까지 ‘4중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며 “실제 부담금이 이렇게 높게 나온다면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계속할지, 과거처럼 규제완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 갈림길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재건축 개발 부담금은 재건축에만 적용되고, 재개발 등 다른 개발사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위헌 논란도 거세질 수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란 점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재건축조합은 지난 2014년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한 뒤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잠실 주공5단지 조합도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추진하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하기로 했다면 재건축 외 다른 사업이나 조합원 사이에 형평성이 맞아야만 시장의 반발이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구체적인 단지 이름과 정확한 계산식을 내놓지 않은 채 ‘겁주기’ 식으로 금액만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날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예상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가 처음 산출한 금액에선 최고 부담금 부과 단지가 1인당 9억원도 넘었지만 그나마 주변 집값 상승률 등을 조정해 예상 부과액을 낮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위헌 소지 논란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종료 후 입주시점의 가격과 집값 상승률을 최대한 낮게 적용했는데도 이 정도 금액이 나온 것”이라며 “집값이 추가 상승하면 부담금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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