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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는 한겨울 ‘이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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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제주에서는 이사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예년 같지는 않지만 신구간(新舊間)에 이사하는 것이 제주 고유의 풍습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이 된다. 올해는 오는 25~2월1일 사이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이 기간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제주의 1만8000 모든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때문에 신이 없는 기간 이사를 하거나 집을 고쳤다. 만일 아무 때나 이러한 일을 하면 화를 입는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신구간 풍습은 예전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주에서는 행해지는 풍습으로, 신구간을 비롯해 신구간을 전후로 이사하는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다.

행정과 업계도 덩달아 바빠진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다. 제주시는 신구간 기간 생활쓰레기가 집중될 것을 대비해 배출시간과 요일별 배출품목을 완화하기로 했다. 배출예정일 이전에 해당 읍면동 사무소를 방문해 언제, 어디에, 어떤 품목을 배출할 지 신고한 뒤 신고필증을 발급받아 부착해 배출하면 쓰레기 요일 배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신구간 기간 쓰레기 수거 차량과 인원도 늘리기로 했다.

가전가구판매업체들은 이 기간 신구간맞이 특별행사를 일제히 벌인다. 이사하는 동안 배출되는 중고물품의 나눔을 위한 장터도 곳곳에 마련된다. 제주시는 2월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측에서 중고물품 나눔장터를 개최한다. 중고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기증받아 필요로 하는 시민에게 제공하는 행사다. 제주시는 중고물품 나눔을 위해 오는 2월 2일까지 물품을 기증받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장롱, 침대, 소파 등 200여점의 물품이 수집됐다. 의류와 재생비누 등 다양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폐건전지 10개를 새건전지 1개로, 우유팩 10개를 화장지 1롤로 교환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제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가구와 전기제품, 생활용품 등을 맞교환하는 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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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구간에 이사하는 풍습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파트나 빌라 준공 일정에 맞춰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추운 겨울보다 따뜻한 계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신구간의 경우 이삿짐 센터를 비롯해 인터넷 이전과 같은 이사 관련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미리 예약을 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이사업체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신구간에 이사물량이 우르르 몰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 기간이 평소보다 바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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