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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이다'인줄 알았더니 '고구마'...초특가 항공편 환불받다 속터지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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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회사원 송기헌씨(41)는 지난 18일 한 저가항공사의 초특가 항공권 세일 소식에 솔깃해 곧바로 일본행 표를 끊었다. 국내 저가항공사인 ‘에어서울’이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국제선 항공권을 최대 99%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사이다 특가’ 이벤트였다.

오는 10월 일본 요나고행 왕복 항공권 2장을 대형항공사의 반값인 32만원에 구매하는데 성공했지만, 항공사 세일 이름대로 ‘사이다’(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싸다는 의미)를 외친 것은 잠시 뿐이었다. 뒤늦게 여행 일정을 잘못 체크한 것을 알게 된 송씨는 오후 11시부터 항공권을 취소하려 했지만 예약사이트는 ‘접속 불가’, 항공사 어플리케이션은 처리시간 지연이라는 오류창만 뜰 뿐이었다. 당일 취소해야만 100% 환불되는 특가 항공권이었기 때문에 송씨는 자정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접속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취소에 실패했다.

다음날 “인터넷 접속이 안된거니 괜찮겠지”라며 설마했던 송씨에게 돌아온 건 표 값에 육박하는 취소 수수료였다. 특가항공권을 당일 이후 취소하려면 무조건 1인당 편도 6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정책 때문에 총 수수료 24만원이 징수돼 환불은 32만원 중 8만원만 받을 수 있었다. 고객센터에서는 “구매 당일 취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널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로그인 기록을 통해 취소를 시도한 정황을 확인해야 무상 취소가 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놨다. 송씨는 “사이트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로그인을 어떻게 하냐”면서 “사이다 특가가 아닌 ‘고구마’ 특가”라고 말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에는 송씨처럼 서버가 다운돼 당일 항공권 취소에 실패한 소비자들이 “본의 아니게 배보다 큰 배꼽 수수료를 내게 생겼다”며 불만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발 91일 이전의 항공권에 대해서는 환불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고 전액 환불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로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뚜렷한 제재 조항이 없는데다, 특가 항공권에 대한 환불 규제 사항은 명확하지 않아서 이번 경우처럼 특가항공권 환불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어서울 측은 “특가 운임은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정해 징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8일 서버 이상으로 예약 취소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무상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취재결과 19일 오후까지도 에어서울 고객센터는 “환불 가능 여부 결정에는 수일이 소요된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등 일부 저가항공사들이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면서 환불시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사전에 자세히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 권고를 피하기 위해 출발 91일 이내에 특가항공권만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특가 항공권까지 환불 수수료 규제를 하면 일부 소비자 때문에 전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정지연 사무총장은 “특가라는 이유로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환불 수수료 등의 제약을 거는 것은 부당한 거래”라면서 “소비자단체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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