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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업 가상화폐 트레이더를 만나다]“일부 규제 필요하지만 묻지마 제재는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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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소정훈 암호화폐 전업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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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해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하는 등 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투기라고 판단해 아예 거래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꾀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스웨이는 ‘가상화폐 대책 현안보고’를 주제로 한 국회정무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투자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전업 암호화폐 투자자를 만났다.

이날 용산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암호화폐 전업 투자자 소정훈 씨는 당일 기준 수익률이 1500%를 넘기는 등 암호화폐 성공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우리투자증권 채권영업팀, 우리투자증권 반포WMC에서 근무하다 회사가 합병한 이후 퇴사를 결심, 채권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

소 씨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암호화폐 연관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퍼블릭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답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들어온 처리요청 중에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 아래 승인된 정보만을 통과시키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거래장부를 소유해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폐쇄형인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개방형인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프라이빗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구성한 것이고 퍼블릭은 불특정 다수가 노드(블록체인을 연결하고 사용하는 개별 개체)를 모두 쓸 수 있도록 개방한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서 암호 화폐는 노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용권이자 동시에 채굴자들에게 주는 보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구성의 중요 요소라는게 소씨의 설명이다.

소 씨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발전에 있어 암호화폐가 경제적 동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에 따른 경제적 보상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간의 경쟁구도가 발생해 서비스 상승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신생 벤처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할 때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드 운영자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법정화폐(현금 등)를 사용하면 개발자에게 초기 자금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암호화폐를 통하면 경제적 논리에 의한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으로 이같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 씨는 “노드가 많아지면서 서비스가 커지면 더 많은 보상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을 모두 법정통화로 보상하는 것은 개발자의 입장에서 경제적 유인이 떨어진다”며 “암호화폐는 이러한 블록체인의 경제적 보상을 시장에 맡기기 위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이 부작용에도 거래소를 용인하고 운영하게 해주는 것은 이러한 시장의 마법에서 발생하는 혁신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기술 혁신의 도구로 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거래소 폐쇄는 ‘矯角殺牛’=소 씨는 암호화폐의 이같은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들며 정부의 ‘거래소 폐쇄’ 기조는 블록체인 산업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와 노드 운영자의 경제적 보상을 이뤄지게 해주는 곳이며 가격은 서비스의 인기에 따른 수요·공급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게 소 씨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이러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나 정부지원 기업만이 남고, 경제적 유인 부족으로 혁신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돼고 자본이 유입되는 것이 차단돼 블록체인 산업에 자금 활성화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소 씨는 “정부가 이야기한대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면 거래를 억압할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정부가 시장보다 블록체인에 대한 혁신 비용이 적게 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과연 우리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 씨는 정부가 거래소 폐쇄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에 대해 관료들의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 씨는 “관료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투기라는 인식이 있고 없애야 될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블록체인 산업·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렇다”며 “벤처기업 육성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많은데 싸잡아 폰지사기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묻고 싶은 것은 ‘블록체인에 연관된 사업은 안 키울 것인가’, ‘새로 몇천억 부어서 직접 키울 것인가’다. 정부 정책 결정에 이해관계자는 왜 포함을 안 시키는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법무부 등의 기조 발표로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에 대해 일부 관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 씨는 “시장을 혼돈에 빠트린 금융위원장, 법무부장관 등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거래소 폐쇄를)밀고 경제팀도 코스닥활성화 대책 실패 등의 책임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경제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적 규제·실명제 도입 등 필요=소 씨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상적인 역할을 하고 블록체인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코인·거래소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적으로 뒤쳐졌음에도 낮은가격을 미끼로 투기성을 불러오는 암호화폐나 증권형 암호화페, 블록체인 기술 속도를 맞춰가지 못하면서도 자금세탁 등을 통해 수익을 영위하는 거래소 등은 배제해 신뢰도 높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실명제와 더불어 과세를 통해 시장의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 씨는 일본과 미국 등의 암호화폐 시장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초기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했지만, 현재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생각해 15개 정도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선별해 인가했다. 또 이들에게 계좌 실명화 부여, ICO(신규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등을 진행 시 정부 참여 및 정보 제공 등의 엄격한 의무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시작했으며, 증권형 블록체인의 ICO는 금지시키는 등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는 음성적인 부분을 규제하고 있다.

소 씨는 “미국의 규제기관인 SEC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구성하는 암호화폐가 아닌 배당을 약속하거나 경제적인 보상을 약속하는 암호화폐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즉, 확실하게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암호화폐가 아니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거래소 인가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활성화 시키고 이를 통해 자국의 블록체인 ICO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과연 투기의 부작용을 몰라서 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책 결정 시 관계이해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시민들이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관료들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암호화폐 정책도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는데 투자자들의 말은 아무도 안들었다”며 “관료들이 밀실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문제다. 정책 결정 구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지배구조 이론에는 대리인이론이라는 게 있는데 대리인의 이해관계와 주인 이해관계가 맞으면 일이 잘되고 안 맞으면 잘 안풀린다는 것이다. 관료들의 이해관계랑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잘 안맞고 있다”며 “규제하는 것은 좋으나 왜 투자자들의 말도 안 듣고 무조건 폐쇄를 외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암호화폐, 가상화폐라 부르는 용어의 통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 씨는 다른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있지 않았다. 소 씨가 강조한 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다.

그는 “기술적인 이해는 아니더라도 암호화폐가 왜 필요한 것인지만 알아도 투자의 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투기적으로 접근하면 필패하는 시장이다. 내가 투자하는 암호화폐가 어떤 것인지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증권형 암호화폐에 대해 주의를 경고했다. 그는 “배당을 준다고 하는 코인은 사기라고 보는 게 많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과 아무 관계가 없는 코인으로 폰지사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비트 등에 있는 코인이나 토큰들은 옛날 기술이 많다. 선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곳이다. 비씨인사이드 같은 개방형 커뮤니티에 있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또 상장된 암호화폐가 모두 상용화될 수는 없으니 기술 투자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승범 기자 seo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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