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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딩교육은 4차 산업혁명 기본…스펙과 경력 쌓기 수단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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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럭키백]]

사교육 시장에 코딩이 합류했다. 얼마 전까지 대졸자 이력서에 단골로 등장하던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코딩교육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인 스크래치와 엔트리 민간 자격증이 등장했다. 강남에서 600만원 짜리 코딩교습이 이뤄지고, 해외 코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는 건 코딩교육에 관심 있는 자라면 TV·신문을 통해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머니투데이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중학생은 2018년,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다. 코딩 교육이 정규과목이 되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전문교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담임선생님이 학급을 전담 운영하는 초등학교에는 전체 교사가 코딩을 배워야 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컴퓨터 전공자가 코딩교육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코딩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코딩 프로그램 중 초·중생용 스크래치와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용 스크래치 주니어가 있다. 필자가 이들 프로그램과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선생님을 위한 스크래치 주니어 커리큘럼에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체계적 추론과 논리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프로그램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스크래치 커뮤니티 가이드에는 상대방 존중, 건설적 제안, 프로젝트와 아이디어 등의 정보 공유, 개인정보 보호, 정직과 윤리 등 디지털 시대에 갖춰야 할 기본 덕목들을 포함하고 있다. 코딩능력 자체보다 어려서부터 코딩을 하나의 놀이로 즐기며 컴퓨팅사고를 통해 건강한 디지털리안으로 성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 부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아빠는 아이를 영어코딩 학원에 보내자 하고, 엄마는 왜 영어코딩을 가르치냐며 부부싸움을 했단다. 아마 주변에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부모들이 잠시 시간을 내서 인터넷에 공개된 쉬운 코딩을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를 이야기해보자. 혹시나 아이가 코딩에 흥미와 관심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현재 아이들은 필요하다면 어느 세대 보다 쉽고 빠르게 코딩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딩은 결코 스펙과 경력을 쌓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프로그래머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학습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코딩 능력이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와 결합하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이른바 ‘코포자’(코딩을 포기한 자)라는 굴레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코딩은 과거 산업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래머 혹은 정보통신 전문가 육성을 위한 스킬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 디지털 경제 시대를 견인하고 적응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목적이라는 것을 교육 당국과 학부모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 당국은 교육 내용과 평가 기준도 이러한 목적에 맞게 철저히 준비해 기존 과목들과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교육과 학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에게 잠재돼 있는 다양한 적성을 발견하고, 관련 경험과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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