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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인터넷 표현의 자유’ 뒤흔든 추미애 대표의 ‘문재앙’ 발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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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대표 '문재앙'문슬람'은 범죄행위..추적해 고발

'박근혜 돌대가리'도 안 지운 한국의 인터넷

내로남불인가?..촛불시민혁명 탄생 정부 집권여당 대표 말 의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인터넷 포털에 있는 ‘문재앙’, ‘문슬람’ 같은 문재인 대통령 비난 댓글에 “추적해서 단호히 고발조치하겠다”고 언급하자,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뒤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재앙(문재인+재앙)’, ‘문슬람(문재인+이슬람)’은 일부 네티즌들이 가상화폐 규제 논란, 부동산 대책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글을 쓴 국민이 보기에는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서 우리 사회의 혁신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이나 지지자들로선 기분 나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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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표적인 포털 네이버의 댓글이 인식공격, 비하와 혐오, 욕설의 난장판이 됐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문 대통령) 지지자를 농락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네이버는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묵인과 방조도 공범”이라며 “가짜뉴스 삭제 조치, 악성 댓글 관리 강화 등을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추 대표 발언이 공개되면서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네이버 총궐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촛불시민혁명(인터넷 참여 민주주의 보장)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여당 대표가 한 말인지 귀를 의심하게 된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박근혜 당선인이나 지지자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주어만 다르지 논리 구성이나 촉구하는 대책은 똑같기 때문이다.

◇‘박근혜 돌대가리’도 안 지운 한국의 인터넷

2013년 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네이버에 ‘박근혜 생식기’, ‘박근혜 악수거부’, ‘박근혜 돌대가리’, ‘박근혜 부정선거’라는 연관검색어를 지워달라고 신고했다.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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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이버 등이 참가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해당 검색어를 지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네이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자동완성 및 연관 검색어’ 삭제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게 아니라, 판사·교수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KISO 정책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린다.

‘박근혜 생식기’, ‘박근혜 악수거부’, ‘박근혜 부정선거’는 8명의 심의위원이 모두 ‘문제없음(해당없음)’으로 판단했고, ‘박근혜 돌대가리’만 ‘삭제 그에 준하는 조치’ 1표(모욕적이라는 이유), ‘해당없음’ 7표로 결정해 검색어를 지우지 않았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그래도 한국의 인터넷 전문가들이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서슬 퍼런 대통령 당선인의 요구에 맞선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3월 8일 KISO의 심의결정문에 따르면 ①‘박근혜 생식기’는 가치중립적 표현이고,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생식기만 여성’이란 표현은, 당선인이 출산과 양육의 경험이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와의 연관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②‘박근혜 악수거부’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고려할 때, 국민과의 소통 및 대화는 공공의 이익의 영역으로 볼 수 있고, 검색결과에서 일부 편집이 악의적이기는 하나 허위 사실을 공포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③‘박근혜 부정선거’ 역시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서 공익과의 연관성이 매우 강해 이에 대한 의문의 제기 또한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며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④‘박근혜 돌대가리’에 대해서만 단 1명의 위원이 문제있다고 봤다. 모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나머지 7명은 단순히 모욕의 측면이 아니라, 언론이나 토론회 등에서 신청인이 잘못 표현한 것을 비판하는 역할을 하니 공익과 관련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박근혜 돌대가리’라는 표현은 인터넷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문재앙’, ‘문슬람’ 고발해도 지우기 어려워…내로남불?

추미애 대표가 공언한 바대로 ‘문재앙’, ‘문슬람’이란 표현을 쓴 네티즌을 고발하거나 KISO에 신고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규정에 따르면 연관 검색어 삭제나 댓글 삭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KISO가 정한 인터넷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 삭제 기준에 맞으려면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해야 하는데, ‘문재앙’이나 ‘문슬람’은 정부대책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생각을 우회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통령 같은 공인에 대한 포털 연관검색어 삭제 규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인터넷 포털은 ‘인터넷 세상과 만나는 관문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미애 대표는 ‘문재앙’, ‘문슬람’이란 말을 인터넷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으면 고발하고, 관문국(포털)을 규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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