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내사·압색으로 시작된 논란
2010·2012년 ‘꼬리 자르기’ 수사 비판
‘관봉 5000만원’ 미스터리 풀릴까
청와대 참모·MB 검찰 수사 본격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17/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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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검찰은 2012년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및 관련 증거 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입막음용 5000만원’의 출처가 국정원 특활비였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지시 및 은폐 의혹’에 대한 재수사 성격을 띠는 동시에 이를 발판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검찰은 2010년과 2012년 각각 민간인 불법 사찰과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개입 여부는 물론,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5000만원의 출처 또한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두 번에 걸친 수사에 대해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거셌던 만큼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011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며 당시 민주당은 민간인사찰 규탄대회를 열며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한 규명을 촉구했다.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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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총리실은 2010년 7월 대검찰청에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이 약 2달간 수사한 결과는 초라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비서관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끝내 밝혀내지 못한 채 검찰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구속기소하는데 그쳤다. 민간인 사찰 자체가 사실 국무총리실 소속 지원관 한 명이 단독으로 지시했다는 수사 결과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당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2010년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BH 하명'이라고 적힌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의 수첩 사본을 공개하는 박영선 의원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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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귀남 법무부장관 역시 “검찰에서도 청와대 하명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묵비하고 증거를 인멸·훼손하는 바람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선을 그으며 사건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2012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때의 장진수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모습. 그는 이명박 정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해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를 이끌어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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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논란이 된 건 장진수 전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을 폭로하려 하자 청와대가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건네며 은폐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장 전 주무관의 주장대로라면 민간인 사찰은 물론 증거인멸, 입막음까지 모든 일의 ‘몸통’은 청와대였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이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와 녹취록 등을 통해 폭로한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와대가 차원에서 민간인 사찰과 관련 증거자료 인멸을 지시했다.
▲2011년 4월엔 총리실 별관 근처 식당에서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만나 ‘폭로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류 관리관은 이 돈의 출처를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주는 돈’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이 VIP(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사진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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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차 수사 당시 민간인 사찰 수사 경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대검찰청 채동욱 차장검사.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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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특별수사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사찰을 벌였고, 당시 이인규 총리실 지원관→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이어지는 비선 보고체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불법사찰 대상이 대기업 총수, 언론사 사장, 국회의원 등으로 무척 광범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찰 대상이 된 대표적인 인물은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경석 선진화시민연대 대표, 보선 스님, 엄기영 전 MBC 사장 등이 있었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에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송찬엽 제1차장 검사가.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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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두 번째 수사에서도 윗선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특별수사팀은 “내가 이번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기소하는데 그쳤다.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던 당시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공언이 무색해진 결과였다.
<민간인 사찰 사건 일지>
2008년 6월 | 한 민간인(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이 이명박 전 대통령 비하 동영상(일명 쥐코 동영상) 블로그에 업로드 |
2008년 9월 | 총리실, 국민은행 통해 블로그 운영자 추적. 김 대표 사임 |
2008년 11월 | 총리실, 명예훼손 혐의로 김 전 대표 수사 의뢰 |
2009년 10월 | 검찰, 김 대표 기소유예 |
2010년 6월 | 민주당, 국회 정무위에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 |
2010년 7월 | 총리실,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 |
2010년 8월 | 검찰,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기소(직권남용 혐의) |
2012년 3월 5일 |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은 청와대 지시" 폭로 |
2012년 3월 16일 |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꾸려 민간인 사찰 사건 재조사 시작 |
2012년 3월 19일 | 장진수 전 주무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 건네" 폭로 |
2012년 5월 | 검찰, 민간인 사찰 의심사례 400여건 추가 포착 |
2012년 6월 13일 | 검찰, 민간인 사찰 재수사 결과 발표. 박영준 전 차관 및 이영호 전 비서관 등 기소 |
2018년 1월 12일 |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 활용해 민간인 사찰 입막음 나섰다는 언론 보도 |
특히 검찰은 입막음용 자금 5000만원이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해선 서면으로 사실확인서만 요청했을 뿐 “추가조사가 필요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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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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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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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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