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은행권 상임감사 3월 대거 물갈이…또 ‘낙하산’ 내려오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농협·기업 등 6곳 새 인물 찾기 나서

금융당국 출신 인사 재취업 오명벗고

경영진 견제 역할 회복 여부에 관심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은행권 상임감사위원들이 대거 물갈이될 전망이다. 상임감사직을 3년간 비워두고 있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해 NH농협, 전북은행, 대구은행 등이 상임감사 임기 만료로 새 인물 찾기에 나선다. 내부 감사와 경영진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은 약해진 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상임감사직에 어떤 인물들이 채워질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IBK기업·NH농협·전북·대구·경남은행 등이 올해 상임감사위원 교체 및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상임감사 자리를 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선임 시기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못 박아 두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의 갈등으로 이른바 ‘KB사태’가 불거진 이후 2015년 1월 핵심 당사자였던 정병기 전 상임감사위원이 사퇴하면서 현재까지 3년 동안 상임감사직을 비워두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며 굳어진 1인 지배 체제하에 상임감사까지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은행에 대한 외부 감시 및 경영진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이수룡 상임감사는 지난 2014년 10월에 선임돼 지난해 10월 말 3년의 임기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 상임감사에 대한 임면권이 금융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진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김영린 상임감사는 올해 3월 임기 2년이 만료되며 전북은행의 김광연 상임감사, 대구은행의 박남규 상임감사, 경남은행의 정봉렬 상임감사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은행권 상임감사 교체라는 큰 장이 열리면서 업계의 관심은 낙하산 선임 여부에 쏠린다.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회계업무를 감독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상임감사는 수억원대 연봉에 은행장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는 ‘알짜배기 자리’다. 공공금융기관을 제외하곤 대체로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이나 이 과정에서 전문성 없는 낙하산 논란이 이어져 왔다. 특히 재무부나 금융당국 출신의 인사들이 차지해와 ‘관료들의 재취업 자리’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2월 상임감사제도를 신설한 신한은행은 이석근 전 감사에 이어 지난해 말 선임한 허창언 감사까지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을 앉혔다. NH농협은행의 김영린 상근감사 역시 금감원 부원장보를, KEB하나은행의 이주형 상임감사는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을 지냈다. KB국민은행의 정병기 전 감사도 재정경제부 국고국 회계제도과장, 기획재정부 감사담당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수룡 감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전력으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은행들도 제도 정비를 통해 감사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해 ‘금융회사 등의 감사 업무 또는 재무 업무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을 상임감사위원의 자격요건으로 내걸었다. 관료 출신 상임감사가 주를 이뤘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민간출신인 오정식 전 KB캐피탈 대표를 선임해 주목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있는 상임감사 선임을 위해선 이사회 구조의 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은행 상임감사에 외부 전문가나 금융전문가가 오지 못하고 관피아나 마피아가 오는 일이 전 정권에서 반복됐다”며 “시장 전문성이 없는 감사들로 내부 감사 부실은 물론 금융당국과의 유착관계로 외부 감사 기능까지 약화시켜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 부실을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에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관피아, 정피아 사외이사들이 추천하는 감사들도 결국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금산분리 폐지와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감사의 중요한 업무는 주주의 이해에 부합해 은행의 운영상 투명성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은행 이사회가 중립적으로 구성돼 주주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을 때 전문성 있는 감사가 선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