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금감원 "국무조정실 파견 직원 가상화폐 거래 사실 확인...조사중"(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국무조정실에 파견한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정부의 대책발표 직전 매도해 50% 넘는 차익을 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는 도박’이라며 잇단 강경책을 내놓은 가운데 정작 금융당국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로 이익을 챙겼다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18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그런 사실을) 통보받아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의원이 “(그런 직원이) 있기는 있느냐”고 거듭 묻자 최 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지 의원은 “정부가 발표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내부자 거래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 파견간 직원이 그런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금감원에서 국무조정실로 파견된 직원은 3명이고, 그중 한명이 가상화폐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오른쪽부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가상화폐 대응방안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은 가상통화 대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현재 국무조정실로 파견된 금감원 직원은 3명으로 서울 통의동(2명)과 세종시(1명)에서 근무 중이다.

조사대상자는 지난해 2월부터 국무조정실로 파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7월 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13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700여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금감원 감찰실은 이 직원이 가상화폐 업무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다만 지난해 12월12일 금감원장이 임원회의에서 임직원의 가상통화 투자를 자제해 줄 것을 지시한 이후에는 이 직원은 가상통화에 투자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 직무관련성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며 조속한 시일내 조사를 마무리해 필요시 적의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내부정보 악용 등을 막기 위해 공직자의 주식 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은행,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소속 직원이 가상화폐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아직 화폐인지 자산인지조차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규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행동강령, 윤리규범이 없어 물리적인 처벌은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가상화폐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자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가상화폐의 거래를 담당하는 회사의 주식을 거래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현행법상 증권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정보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한 게 밝혀진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장 2조 2항(이해충돌방지의무)에는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거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에서 규정을 만드는 금감원이 규정 미비를 말할 게 아니라 공직자윤리 등 기본적인 관점에서 당연히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내부거래 관계는 제가 아는 한 공무원 1~2명의 사례가 있어서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고, 공무원에 대해선 가상화폐 투자가 적절치 않다는 표현으로 해서 일단 투자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