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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순신을 매혹시킨 ‘보배로운 꽃’…목포 고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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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탓일까. 목포하면, 가슴이 저리고 명치끝이 시려온다. 그런 목포가 낭만 가득한 항구도시로 새 단장 중이란다. 오는 8월이면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국내에서 가장 긴 3.23㎞의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된다. 목포 앞바다의 거친 파도를 잠재우는 고하도에는 기암절벽을 따라 바닷가를 걷는 산책로도 생긴다. 생명력 넘치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목포에 미리 다녀왔다.

■ 목포 앞바다를 감싸 안은 고하도

“유달산 높은(高) 곳 아래(下)에 있는 섬이라고 해서 ‘고하도’라고 합니다. 용이 하늘로 오르기 전 웅크린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용오름이라고도 하지요.” 목포시 문화해설사 조대형씨(61)는 “유달산에서 고하도까지 왕복 40분이 걸리는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생기면 여수와 통영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설 고하도를 찾아나섰다. 고하도는 목포에서 2㎞ 떨어져 있다. 목포대교를 따라 차창 너머로 크고 작은 섬들이 차례로 들어왔다.고하도 용오름 둘레숲길 앞에 차를 세웠다. 목포항의 관문인 고하도는 <동국여지승람>(1481)에 “둘레가 12리이다”라고 처음 나온다. 안내판을 보니 섬 끝자락인 용머리까지는 왕복 6㎞, 2시간30분쯤 걸린다고 적혀 있다.

예부터 목포 8경 중 2경이 고하도에 있을 만큼 풍광이 빼어났다. 고도설송(高島雪松)은 고하도의 눈 덮인 소나무, 용두귀범(龍頭歸帆)은 고하도 앞바다로 들어오는 돛배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고하도를 ‘보배로운 꽃, 보화도’라고 썼다.

고하도는 이순신이 1597년 진도 앞바다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뒤 조선 수군을 재정비했던 섬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서북풍을 막음 직하고 전선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하다. 섬 안을 둘러보니 지형이 대단히 좋으므로 머물 것을 작정했다’고 적었다. 이순신은 107일 동안 고하도에 머물며 판옥선 40척과 군량미 2만석을 확보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 ‘8000명의 군사가 고하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여기가 해군 제3함대 사령부와 가깝잖아요. 영암과 1㎞ 안되게 붙어 있어요.” 조씨가 말했다. 이순신이 400여년 전 택한 고하도는 지금까지도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훈련 중인 전투기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갈랐다.

■ 아픔 딛고 일어서는 고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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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에서 본 목포항은 안온했다. 저 멀리 유달산은 우뚝했다. 유달산은 해발 228m에 불과하지만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높다란 바위산이다. 유달산 정상에 있는 1등 바위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형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이 바위로 올라가는 길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88개의 상을 새겼다. 산 위에 88개의 절을 지을 수 없으니 상을 새긴 것이란다. 2등 바위는 장미 꽃송이가 바위에 펼쳐져 있는 모양인데 누가 일부러 바위에 새겼다고 해도 믿을 만한 곳이다. 2등 바위 옆 마당바위와 고하도를 잇는 케이블카는 오는 8월 완공된다.

“목포는 해질 무렵이 아름답잖아요. 2등 바위에 서면 큰 배가 들고 나는 목포항과 먼 바다 섬들까지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목포대교에 걸린 일몰을 사진에 담을 수 있습니다.”

고하도와 목포시는 연륙교로 연결돼 있다. 고하도의 맞은편에 유달산 아랫동네 다순구미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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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청 관광마케팅팀 장일례 박사(48)는 “최근 영화 <1987>에 다순구미 마을 동네슈퍼가 나오는데 벌써 명소가 됐다”면서 “조선내화주식회사 공장은 등록문화재에 올랐다”고 말했다. 다순구미는 ‘따뜻한 볕이 드는 후미지고 구석진 동네’라는 뜻을 가진 온금동을 말한다. 온금동은 1912년 생겨난 가난한 어부들의 달동네였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조금(小潮·작은 밀물)’에 생긴 아이들이 뛰놀아 ‘조금새끼’ 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아버지의 제삿날이 같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동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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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케이블카 승강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완공 시기에 맞춰 용오름 둘레길과 별도로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해안 둘레길도 새로 생긴다고 했다. 올여름이면 목포 앞바다를 끼고 다순구미 마을의 야경을 차분히 담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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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는 경사가 완만한 길을 택했다. 숲을 걷다가 평평한 바위를 타다가 나무데크를 만났다. 외달도, 달리도, 율도 등 3개의 섬이 수묵화처럼 펼쳐졌다. 참나무, 도토리나무, 대나무 등 초록숲은 여전히 끝도 없었다. 이충무공 유적비 입구에 있는 울창한 해송숲은 놀라웠다. 두 팔을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가 굵고 듬직했다.

고하도에는 목포신항이 있다. 목포신항에는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한 세월호가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진 노란 리본이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여행정보

풍경 유달라 ‘유달산’…하늘서 볼 땐 40분, 땅에선 2시간

오는 8월 개통 예정인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최장길이(3.234㎞)이자 해상길이도 여수보다 200m가량 긴 820m다. 유달산 정상과 근대 도심 골목, 목포대교와 다도해 등을 내려다보는 데 편도 20분, 왕복 40분이 걸린다. 승강장은 모두 3곳이다. 유달산 마당바위 관운각 부근, 고하도 등 어디서든 탈 수 있고 중간에 내려 관광도 할 수 있다.

목포는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거나 수서역에서 SRT를 타면 2시간10분 만에 목포역에 닿는다. 고속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목포 둘레길은 3곳이다. 유달산 둘레길은 4.3㎞ 구간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고하도 용오름길은 6㎞ 정도 된다. 2시간40분 소요. 천연기념물인 갓바위 둘레길은 왕복 4㎞ 정도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

목포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유명한 관광명소에 발도장을 찍을 수 있다. 매일 목포역 앞에서 오전 9시30분 출발해 오후 3시40분 목포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유달산, 근대역사관, 삼학도, 갓바위 등을 둘러본다. 성인 5000원, 중·고생 2000원.

북항에 있는 해양수산복합센터에 가면 신안 등 인근 해안에서 잡은 싱싱한 활어 경매를 구경할 수 있다. 하루 2회 펼쳐진다. 바로 옆 직판동에서 생선회를 싸게 사서 먹을 수도 있다.

4월7~8일에는 제2회 이순신 수군 문화제가 유달산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항구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올해의 유망 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항구의 색채가 그대로 묻어나는 파시(옛 바다 위 어시장)를 재현한다.


<글·사진 ㅣ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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