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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시중銀 직원 임금피크제 선택 고작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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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13년차.. 대부분은 희망퇴직 선택
선택비율 0%인 곳도 있어.. "퇴직 유도제도 전락" 지적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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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지 13년을 넘어섰지만 대상자의 평균 86%가 회사를 떠날 정도로, 임피제를 당초 목적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임금피크에 도달한 시중은행 직원들중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비율은 평균 14% 정도에 불과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100명중 14명만 은행에 남고 86명은 떠나는 셈이다.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대대적인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던 우리은행은 당시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들이 1011명,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이들이 104명으로 약 10% 수준에 그쳤다. 우리은행 측은 "타은행 대비 명예퇴직 금액이 적어 (그나마) 임금 피크제 선택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통상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의 선택비율이 50대 50으로 비슷한데 지난 7월 같은 경우에는 명예퇴직금을 올리고 희망퇴직 접수를 대대적으로 받으면서 (임금피크제) 비율이 좀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기준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직원들이 전체 대상자중 5%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이 1963년생으로 총 278명인데, 이 중 명예퇴직신청자는 207명(74.5%)이었다.

NH농협은행은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경우 모두 희망퇴직을 통해 퇴사했다. 농협은행의 희망퇴직 전체 인원은 534명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임금피크제 대상자수와 희망퇴직자수를 정확히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은행측은 "재작년 200명이 안됐던 희망퇴직 신청 인원이 작년말 400여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임금피크제가 정착되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희망퇴직을 선호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처럼 임금피크제 대상자들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선택하면서 임금피크제가 실제로는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임금을 낮추되 오래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퇴직을 선호할 수 있다"면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느냐, 명예퇴직을 선택하느냐에 대해서 대상자 개인에게 주어지는 압박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희망퇴직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 지점장은 "자녀의 연령이나 가계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일시에 목돈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임금피크제가 주는 부담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경우 주어지는 업무나 권한이 제한되기 ?문에 간혹 '눈칫밥'을 먹는 상황이 올까봐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점장까지 했던 이들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다시 지점에 나갈 경우 감사역 등의 역할을 하는데 이 경우 영업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과 감정적인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험과 역량이 많다는 점에서 기존 지점 직원들에게 업무적으로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문제는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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