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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과학을 읽다]①미세먼지, 정부가 헛돈 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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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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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서울시가 15일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했습니다.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상되자 자율적인 차량 2부제를 유도해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미세 먼지 농도 때문에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언론의 관심도 많았습니다. 일부 언론은 서울시가 이날 하루 50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평소와 비슷했다며 헛돈을 썼다고 비판했습니다.

일주일 전 같은 월요일과 비교했을 때 시내 진입 차량은 1.8%(2099대) 감소했고, 대중교통 이용 승객은 지하철 2.1%(2만3000명), 시내버스 0.4%(35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나마 최소한의 성과라도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50억 원을 쓰든, 500억 원을 쓰든 1대라도 운행을 줄여 미세먼지 발생량이 줄었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간절한 바람 아닐까요? 예산 사용의 우선 순위를 따지기 이전에 그 만큼 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새해 들어 한파가 지속되다 날이 풀리자마자 미세먼지가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보면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초과된 날이 올해에만 벌써 7일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서울시가 나서서 걱정해야 할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할까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질산염이나 황산염, 유기화합물, 암모니아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초미세먼지의 주된 구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봄이나 여름에는 증발해버리지만 겨울에는 잘 사라지지 않고 대기중에 남아있게 됩니다. 같은 양의 배기가스가 배출돼도 겨울에는 초미세먼지가 더 많이 남는 셈입니다.

대기 중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오염물질을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인 오염물질을 초미세먼지(PM2.5)라고 정의합니다.

보통 외부에서 인체로 들어오는 이물질은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기 마련인데 미세먼지는 크기가 너무 작아 호흡기를 그대로 통과해 체내에 쉽게 축적됩니다. 이 때문에 안구 질환,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도해 천식이나 아토피 등의 증상을 더욱 악화 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 크기인데 미세먼지보다 더욱 깊숙이 인체에 침투해 그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산 확률과 치매, 유방암 발병률 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고, 1995년 미국 암학회는 초미세 먼지가 1㎥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총 사망률이 7% 증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좋지 않습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당 30.3㎍으로 36개 회원국 중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나쁜 상태입니다. OCED 평균이나 WHO의 기준보다 1.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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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할 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헛돈 쓴다고 나무랄 때가 아니라 예산을 더 쓰더라도 미세먼지를 줄여 나가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세먼지 문제 예방을 위해 KF 마크가 붙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반 마스크는 틈새로 미세먼지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직포로 된 고온이나 화학물질로 섬유가 무작위로 얽히게 만들어 틈새가 좁고 정전기를 띠는 특수 필터가 첨가된 보건용 마스크를 일상에서 써야 하는 현실. 이런 현실이 심각하지 않다면 누군가 길거리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쓰러지는 상황이 되어야 만 예산을 써야 할까요?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때문에 수도권에서만 매년 성인 1만5000여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면서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이젠 받아 들이고,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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