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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사회공헌) 한화생명 '한화해피프렌즈 청소년봉사단' 연탄나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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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정선(강원)=윤경현 기자】 '제철 과일' '제철 음식'처럼 사회봉사활동에도 어울리는 계절이 있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에는 뭐니뭐니해도 '연탄나르기'가 제격이다. '가을에 미리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강원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르면 9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연탄을 때기 때문이다.

전국의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한화해피프렌즈 창소년봉사단'을 만난 것은 지난 11일 오전 강원도 영월에서였다. 이들은 2017년 한해 동안의 봉사활동을 마무리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2박 3일의 캠프를 가졌다. 캠프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영월, 평창, 정선, 태백 등 강원도 7개 지역에서 연탄나르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으로 따뜻해지는 몸과 마음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해가 얼굴을 내밀었음에도 온도계의 바늘은 영하 15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래도 바람이 안 불어서 견딜만 하다'는 생각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착각으로 판명됐다. 이번 겨울 처음으로 내복을 껴입었음에도 한기가 '슝슝' 파고들었다. 동행한 한화생명 관계자가 "좋은 일 하려다 추운 날씨에 어린 학생들 고생시킨다고 애먼 소리를 들을까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화해피프렌즈 청소년봉사단'은 평소에는 학생들 스스로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주말에 봉사활동을 펼친다. 보통은 한 달에 2회 정도지만 활발한 지역의 경우 주말마다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 사회복지학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도 상당수라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 한화생명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뒷바라지를 할 뿐이다.

이날 300여명의 봉사단이 251가정에 전달하는 연탄은 모두 6만3000장에 이른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추운 만큼 의미가 깊은 봉사활동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나르는 것은 차가운 연탄이지만 따뜻한 손길과 정성이 담겨 저소득층 가정이 겨울을 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올해까지 12년 간 '한화해피프렌즈 청소년봉사단'을 통해 강원도에 기부한 연탄은 무려 100만장이 넘는다.

■값진 경험 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정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힘든 곳이 많아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지원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영월에서 정선군 신동읍으로 넘어가는 길은 온통 하얀 눈밭이었다.

오후 1시를 넘었지만 온도계 바늘은 여전히 영하 10도 언저리에 머물렀다. 기찻길 넘어 할머니 홀로 사시는 집에 450장을 배달하는 임무다. 하얀 입김이 쉴새없이 뿜어져 나왔다. 강추위에 얼굴을 찡그릴 법도 하건만 봉사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이다.

남학생 몇몇은 "두꺼워서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점퍼까지 벗었다. 틈만 나면 친구 얼굴에 숯검댕이를 묻히는 등 장난치기 바쁘다. 서울 대일외국어고 1학년 오유진양은 "태어나 처음으로 연탄나르기를 해본다"면서 "추워서 힘들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라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밖에서 신난 아이들과 달리 집안에서 연탄을 정리하는 친구들은 무표정이었다. 한 장이라도 깨질까봐 연탄을 가슴으로 안아서 나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오전에 비탈지고 미끄러운 험난한 곳에서 400장 가까이 나른 탓에 진이 다 빠졌을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 그지 없다"며 "젊은이 좋긴 좋은가보다"고 웃었다.

충북 청주 주성고 2학년 이문규군은 "(옆에서 자신의 연탄을 받아주는 친구를 가르키며)일주일 먼저 봉사단에 들어온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병원 청소 등 여러 봉사활동을 경험했지만 그중에서 연탄나르기가 최고로 재밌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졌다. 한시간 넘게 일하다보니 발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모두들 발을 동동구르며 '빨리빨리'를 외쳤다. 50여장이 남았을 즈음 화물열차가 눈을 흩날리며 '쌩~' 하고 지나갔다.

서울 진명여고 3학년 임지현양은 올해가 세 번째 연탄나르기 봉사다. 임양은 "처음에는 생활기록부를 채울 요량으로 봉사단 활동을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경험이었다"며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돈 들여서도 하는 봉사활동 아니냐"면서 "평생에 강원도까지 와서 연탄을 나를 기회가 또 있을까"하고 반문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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