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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모두의, 모두를 위한 문화](2)2007년 ‘문화·예술활동 차별금지’ 법률로 명시…구체적 의무 규정 없어 현실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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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근 판결서 영화관들 ‘정당한 장소·장비·인력 제공’ 시행령 위반 판단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11조1항).”

‘모두를 위한 문화’의 정신은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다. 이에 기초하여 다양한 하위 법령에서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보장 원칙을 확인해왔다. 하지만 세부 조항으로 들어가 보면 구체적인 의무규정이 생략되면서 현실의 벽을 깨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예술활동의 차별금지(24조)’를 명시했다. 다음해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도 정부의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근거를 뒀다. 2009년 비준한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도 “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 등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 문화예술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법률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이 법 2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사업자가 장애인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

법 적용을 받는 문화·예술사업자는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2010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문화예술기관과 국·공립 전시시설을 시작으로 2012년엔 민간 종합공연장과 사립대 소속 전시 시설까지 넓혔다. 2015년 4월부턴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도 포함되게 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대규모 영화관 사업자들이 대상이 된 것이다.

핵심은 문화·예술사업자들의 ‘정당한 편의 제공’이 실현될 수 있느냐다. 이 법 시행령은 ‘정당한 편의’의 종류에 공간 편의를 포함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 등 장비 및 기기 제공’ ‘문화·예술활동 보조인력’ ‘문화·예술활동 관련 정보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

취지에 비춰본다면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대규모 영화관 사업자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관람이 이뤄지도록 장애인에게 보청기 등 장비와 기기를 제공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7일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관 사업자들에게 상영 보조기기를 요구한 소송에서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던 것도 영화관 사업자들이 이 법의 취지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송은 진행 중이지만 차제에 현재의 규정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령 영화의 경우 제작업체와 배급업체의 콘텐츠 제공(저작권 사용)과 ‘폐쇄형 상영기기(화면해설과 자막이 나오는 별도 기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상영관에도 폐쇄형 상영기기 관련 의무조항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도 함께 손봐야 한다. 방송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에겐 폐쇄자막, 수어 통역, 화면해설 제공이 이미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대표발의로 영화업자와 비디오물영업자도 영상물에 폐쇄자막, 한국수어 통역, 화면해설 제공을 의무화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과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재 10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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