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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3연임 노리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겨냥한 금융당국...관치금융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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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남 회추위원장 “내일 후보자들 인터뷰 진행할 것"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상대로 회장 선임 일정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3연임을 노리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정조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관치금융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현재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부실대출, 채용비리 건 등을 조사 중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연관성이 있는 이런 의혹을 밝힌 뒤에 차기 회장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14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 중인 하나금융 관련 의혹에 현 경영진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차기 회장 선출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3연임 노리는 김정태 회장 정조준 했나

조선일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조선DB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 회추위의 요청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회추위에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및 부실대출 의혹을 검사하고 있는데, 이런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출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모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 1월 4일 재검사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제보받은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중국 관련 부당 대출, 채용비리 등의 의혹이 조사 내용이다.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이들 의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은 이미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은 "하나금융이 심각한 CEO(최고경영자 )리스크에 빠져 있다"며 "각종 채용비리, 부실대출 알선, 부당한 내부거래 등의 의혹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강도높게 비판한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도 금감원의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프연임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의 회장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손쉽게 연임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금융당국은 또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예년보다 1개월가량 빠르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에는 올해보다 약 1개월 이른 2월 23일에 김정태 회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돼 연임했다. 현재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번보다 서둘러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 금융당국 ‘셀프연임’ 비난…“구태 벗지 못한 관치” 논란도

조선일보

최종구 금융위원장 / 조선DB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금융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이후 두 달 만에 재검사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사 지배구조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경영진에 유리한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 경영진이 공정한 경쟁 없이 연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현 경영진이 ‘셀프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사의 지배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곱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금감원이 회추위에 회장 선출 일정 중단을 요청한 만큼 김 회장의 3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야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CEO 선출에 개입하려는 것은 구태를 벗지 못한 관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심거나 눈밖에 난 인사를 교체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CEO 선출에 개입하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을 후퇴시킨 과거의 관치를 되풀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회추위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종남 회추위원장은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회추위가 선임절차를 강행하더라도 당국이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다만 금감원은 금융회사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회추위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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