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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당국 하나금융 회추위 중단 권고에 금융권 '지나친 개입'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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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작업을 연기하라고 권고하자 금융권은 당황한 모습이다. '권고'이지만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후보들에게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가지고 전체 회장 선출 일정을 보류한다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금융 회추위와 면담하고 회장 선출 일정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추위가 회장 선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금감원의 의견을 듣겠다면 지난주 초청했다"며 "이에 여러 의혹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회추위 관계자는 "15일과 16일 양일간 예정된 회장 후보군의 의견진술 자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회장 선정 과정 중간에 이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 자체가 인사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난 9일 회장 후보군을 내부 4명, 외부 12명 등 총 16명으로 좁힌 상태다. 이틀 후면 최종 숏리스트가 확정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보류를 요청한 이유인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와 관련된 후보자는 많아야 내부 4명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후보자들이 금감원 검사에 영향을 받지 않음에도 이를 이유로 선정 과정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하는 건 지나친 요구라는 것. 설사 금감원 조사결과가 최종 후보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결격사유가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금감원이 제재를 요청하고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는 징계가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주요 후보의 도덕성에 영향을 줄 사안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회추위가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회추위의 권한이다.

회장 선정 과정 중간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금융권이 당황하는 이유다. 회장 선정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이같은 권고를 했다면 회추위가 이를 따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회추위는 지난 9일 이미 6차까지 진행됐다. 향후 일정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있다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지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선정 과정을 공개하더라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후보를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게 어떤 이에게 유리할 수 있다면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역시 다른 이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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