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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가상화폐 투기는 미친짓"… 정재승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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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 놓고 유 작가, 정 교수 說戰
논쟁 뜨거워지자 위정현 교수 “두 사람 절망적”
남 경기도지사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비판”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사이에 장외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유시민 작가가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투기 광풍’이라며 바다 이야기에 비유해 비판하자, 정재승 교수가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유 작가는 지난 1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이 참 어리석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됐던 투기 광풍”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광풍이다. 미친 짓이다”라며 “고등학생들까지 자기 돈을 넣고 있다. 거품이 딱 꺼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사려들 것이다. 허황된 신기루를 좇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앞서 유 작가는 작년 12월 7일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썰전’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사회적 생산적 기능이 하나도 없는 화폐”라며 “돈독이 오른 사람들이 빠져드는 '바다이야기' 같은 것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비트코인 열풍을 대표적인 투기과열현상인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 빗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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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왼쪽),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오른쪽)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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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시민 선생님의 인터뷰는 암호화폐의 광풍 만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폄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려”한다고 반박했다.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관한 시각은 극명히 갈렸다. 유 작가는 “그런 주장들은 다 사기”라며 “암호화폐는 경제학적 의미의 ‘마켓’도 아니고 그냥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로 나타난 수많은 이상한 장난감 갖고 사람들이 도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자유를 안 주면 마치 4차 산업혁명에서 뒤지는 것처럼 얘기하는 기사들이 넘치는데, 저는 그 사람들이 의심스럽다”며 “암호화폐를 띄워서 자기 이익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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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거래 현황 전광판/블룸버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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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한다면 암호화폐에 대해 이렇게 악담을 퍼붓지는 못 할 것”이라며 “과열된 투기는 당연히 부적절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진정되는 경험을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블록체인은 그저 암호화폐의 플랫폼 만이 아니라, 향후 기업·기업, 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전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정보의 인터넷 시대’를 넘어 ‘자산의 인터넷 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정부의 규제 방침에 대한 의견도 달랐다. 유 작가는 “정부가 이 광풍에서 시민 보호 조치를 아무것도 안 하면 정부 잘못이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충 다 팔고 다 나오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봤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암호화폐 규제 반대 글이 수만 건 올라온 대 대해선 “다 자기 돈 넣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식은 최악의 문제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해결책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며 대신 “과열 투기 세력을 잡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이 기술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지도, 유익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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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왼쪽),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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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뜨거워지자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14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면서 반성과 함께 절망감을 느낀다”며 “논쟁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위 교수는 유 작가에 대해 “가상화폐를 인간의 탐욕의 결과라고 주장한다면 그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고, 정 교수에 대해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전혀 다른 기술이자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바른정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번 논쟁에 가세했다. 남 지사는 가상화폐 열기를 튤립 버블에 빗댄 유 작가의 발언을 언급하며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막연한 비판”이라고 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신기루냐”고 반문하며 “마치 조선 말 통상수교거부정책의 21세기 버전으로 들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자를 미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며 “투명하고 건강한 시장으로 바꾸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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