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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다이어트] ‘신뢰’가 만든 아파트 관리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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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다이어트' 성공한 아파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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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꾼’ 관리소장ㆍ주민대표 믿고

주민들 관리비 절약 자발적 참여

동아에코빌, 개별난방 반대 심했지만

현황판 동원해 동의 얻어내

세대별 20만원 이상 절감 효과

#2

석관두산, 케이블채널로 대표회의 중계

공사업체 선정도 공개 프레젠테이션

주민들도 LED교체 등 적극 참여

#3

거여1단지, 계단 이용 때 기록 남겨

엘리베이터 절전 시상 이벤트

‘에너지 자립 모범마을’로

아파트 관리비를 줄일 수 있을까. 한 달에 수만 원~수십만 원을 내야 할 만큼 가계 살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관리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이는 별로 없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어련히 알아서 정했을까’라는 식의 절대적 믿음이 깔려 있다. 더구나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이들이 늘면서 관리비는 ‘착실히 내면 되는 돈’ 정도로 여기고 만다. 혹시나 관리비 고지서나 부과 내역 안내서를 들춰봐도 당최 알 수 없는 단어와 숫자들만 가득하니 금세 집어 던진다.

갑자기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 싶으면 ‘물가가 오르니 관리비도 당연히 인상된다’고 결론짓거나 ‘내가 전기를 좀 많이 썼지’라며 스스로 반성하고 ‘누가 물을 펑펑 썼냐’고 가족이나 동거인을 탓하고 만다. 그러는 사이 어김없이 다음 달 관리비 고지서는 날아온다.

실제 전국 평균 아파트 관리비는 상승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공동주택관리시스템을 통해 일반관리비, 경비비, 청소비, 전기료, 수도료 등 5가지 주요 항목(장기수선충당금을 뺀 나머지 관리비의 약 92%)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016년 단위 면적(㎡) 당 단가가 1,584원으로 2012년의 1,470원보다 7.8% 올랐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 관리비 물가지수(108.68)는 2012년 2분기(87.40)보다 24.3%나 상승했고,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6.3%)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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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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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리비 상승 시대에 관리비를 줄이고 남들보다 덜 내는 아파트들이 있다. 본보가 ‘관리비 다이어트’에 성공한 우등생 아파트 3곳의 비결을 알아봤다. 공동주택관리시스템(k-apt)을 통해 전국 아파트 관리비 비교가 가능해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거여1단지, 동아에코빌, 석관두산 아파트는 0.7~14.7%가량의 관리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전기료, 수도료만 놓고 보면 거여1단지는 37.9%, 동아에코빌은 22.5%, 석관두산은 16.5%를 이 기간에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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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관리비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파트들의 히든 카드들. 대단한 게 아닌 듯 보이지만 주민 간 갈등이 컸던 이 아파트들은 작은 것 하나부터 착실히 변화를 시도했고 주민 모두 참여해 관리비 아끼기에도 성공했다. 성북동아에코빌제공, SBS 방송 화면 캡처,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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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지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동안에도 인건비 감축 명목으로 경비원, 청소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전기료, 수도료,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등을 아꼈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조명과 세대내 조명을 유기발광다이오드(LED)로 바꿨다. 한전과 전기 공급 계약 방식을 종합계약이 아닌 단일계약으로 전환했다. 2곳은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바꿨다. 아파트 관리비 중 70%를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 힘을 쏟았다. 그렇다고 시설, 설비 등 하드웨어만 바꾼 게 아니다.

3개 아파트 모두 한때 관리비와 각종 아파트 공사 비용을 두고 주민 간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등 갈등의 골이 심각했다. 때문에 주민대표와 관리소장을 향한 주민들의 불신은 나날이 커져갔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주민대표와 관리소장이 등장한 뒤 아파트 운영이 투명해졌고 이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했다. 덕분에 갈등은 봄눈 녹듯이 사라졌고 모여든 주민들 덕분에 각종 비용을 깎아줄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의 힘이 관리비를 끌어내린 셈이다.

개별난방 전환하며 얻은 신뢰가 무기

서울 성북구 동아에코빌 아파트(2003년 입주ㆍ1,253세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주최로 열린 에너지 절약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울 아파트 중 지난 1년여 동안(2~8월) 전기를 가장 많이 아낀 아파트로 뽑힌 것. 2016년 전기 325만3,182kWh를 써서 전기료로 약 4억5,200만원을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00만5,129kWh(약 8.5% 감소)를 써서 약 3억5,300만원(약 27.8% 절약)만 냈다. 1억원 가까이 전기료를 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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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동아에코빌은 지난해 서울시 주최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서울시 아파트들 중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아낀 아파트로 뽑힌 것. 7개월 동안 전년 대비 1억원 가까운 전기료를 줄였다. 동아에코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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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바꾸고, 10집 중 1집(125세대)이 미니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기료를 아낀 것도 컸지만, 무엇보다 입주민들이 ‘전기 한 번 아껴 관리비 줄여 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게 주효했다. 아파트 전기 사용량 중 공용 전기(25%)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개별 설치하더라도 입주민들이 뜻을 모으지 않는다면 관리비 감축은 언감생심이다.

안덕준(56) 입주자 대표는 “보통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뭘 하자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지만 우리 입주민들은 대표회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최측으로서는 힘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에코빌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기존 중앙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꾸면서부터다. 당시 입주자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 모두 개별난방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중앙난방시설은 배관이 낡아 열에너지가 효율적으로 각 세대로 전해지지 못한다. 똑같이 난방하는데도 어느 동은 따뜻하고, 다른 동은 덜 따뜻한 식으로 열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서성학 관리소장은 “중앙난방이 가스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관리비가 더 많이 나온다는 게 아파트 관계자들 사이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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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아파트들이 그렇듯 동아에코빌도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2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나 2015년 세번째 시도는 달랐다. 서성학 관리소장는 현황판을 꺼내들어 개별전환 동의서를 받을 때마다 그 현황을 보여주는 판을 관리사무소에 게시했다. 동아에코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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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별난방이 현실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안 대표는 “다른 아파트도 그렇지만 큰 평형 입주자들은 중앙난방을, 소형 평형 주민들은 개별난방을 선호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난방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유자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거주자가 아닌 집 주인 5명 중 4명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표를 얻는 것도 물리적으로 힘들다. 동아에코빌도 앞서 2004년, 2008년 두 차례 난방 방식 전환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 소장은 일부 입주민들이 전세 기간이 끝나자 동아에코빌보다 지하철역에서 더 멀지만 개별난방으로 전환한 인근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을 보면서 개별난방의 위력을 실감했다. “우리보다 관리비가 더 싸다는 겁니다. 동네 부동산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중앙난방보다 개별난방 아파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서 소장과 관리실 직원들은 2014년 8월 표 모으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먼저 주택 소유자 현황 파악에 힘을 쏟았다. 등기부 등본을 떼고, 연락처 파악에 나섰다. 개별난방에 찬성하는 세입자들에게는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 연락처를 구해 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새로 바뀐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있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서울시로부터 ‘최우수 모범 관리단지’로 뽑히면서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왔다. 난방에 대한 입주민 불만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겨울 직후인 2015년 3월, 동의서를 돌렸다.

그동안 파악한 주소, 연락처를 가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 집 주인들에게도 빠짐없이 우편물을 보냈다. 서 소장은 비장의 카드인 ‘동의서 현황판’을 꺼내 들었다. 관리 사무소 앞에 개별난방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받을 때마다 이를 표시해 주민, 직원 모두 볼 수 있게 한 것. “관리소 직원들에게는 더 열심히 하자는 의지를 북돋워 주고, 주민들에게는 관리소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죠. 나중에는 예전 부녀회원, 동 대표, 심지어 인근 부동산 중개사들까지 나서 동의서를 안 낸 이웃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찬성률 80%(1,003세대)를 달성했습니다. 현황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최종 성적은 총 1,253세대 중 찬성 1,041세대, 반대 59세대. 찬성률 83.08%. 서 소장은 즉시 구청에 행위 허가서를 냈고, 4월 9일 난방 변경을 위한 공사 허가를 받아냈다. 설계, 공사 업체 선정에도 속도를 내서 그해 겨울이 오기 전 개별난방 공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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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관리비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파트들의 히든 카드들. 대단한 게 아닌 듯 보이지만 주민 간 갈등이 컸던 이 아파트들은 작은 것 하나부터 착실히 변화를 시도했고 주민 모두 참여해 관리비 아끼기에도 성공했다. 성북동아에코빌제공, SBS 방송 화면 캡처,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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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관리비가 전년보다 세대별로 20만원 이상 줄어든 것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중앙난방 때는 큰딸만 혼자 살고 저와 아내는 해외에 있었는데도 겨울 관리비를 54만원까지 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난방으로 바꾸고 식구 수가 늘었는데도 난방비는 15만원 정도 덜 나오더군요. 입주민 대부분이 10만~20만원 관리비가 덜 나오자 다들 정말이냐고 했죠.”

아파트 전체가 개별난방 교체 이전인 2014년 난방과 취사를 위해 연간 지급한 가스비가 약 16억원 정도였는데, 공사 이후인 2016년에는 9억5,000여만원이 줄어든 약 6억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가장 많이 난방을 하는 1, 2월에는 월간 1억~2억원을 줄였다는 게 관리사무소 측 설명이다.

서 소장은 난방 설비 교체 공사를 강하게 반대했던 어르신들이 잘했다고 칭찬해 줄 때 뿌듯했다고 했다. “부동산 말로는 개별난방 공사 전 2억6,000만원 정도 하던 26평형(약 86㎡) 집값이 1억원 정도 올랐습니다. 공사 직전 이사를 갔던 옛 주민들이 ‘왜 미리 (공사를) 말해 주지 않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거나 ‘다시 돌아오려는데 집값이 올라 그러지도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어요.”

주민들의 지지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를 더 열심히 뛰게 하는 힘이다. 이 아파트에는 지난해 여름 성북구청 지원으로 최신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대 당 2,500만원) 13대가 설치됐다. 감량기가 있기 전인 지난해 8월 음식물처리 비용으로 약 360만원을 냈는데, 9월에는 절반인 약 180만원, 10월에 약 200만원으로 줄었다. 서 소장과 안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구청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비원들과 ‘동행(同行)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열심히 했으니 꼭 우리 아파트에 감량기를 보급해달라고 읍소 작전을 폈다”라며 “주민들이 좋아하니 뭐라도 하나 더 해 보자는 마음이 절로 생기고 그러다 보면 관리비는 저절로 줄어든다”고 웃어 보였다.

대표회의 생중계, 끝장토론으로 갈등 해소

석관두산아파트(1998년 입주ㆍ1998세대)는 주민 모두 에너지를 잘 아껴 관리비를 크게 줄인 아파트로 유명하다. 2012년 서울시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 시상식에서 ‘절약하는 아파트’ 부문 최우수상, 2015년 기후포럼의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서울시가 주는 동절기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고 2016년에는 환경재단의 ‘세상을 밝게 만들 사람들’로 뽑혔다.

그런 석관두산에도 오랜 암흑기가 있었다. 2009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큰 평형 입주자를 포함해 입주자대표회의에 불만이 많았던 주민들이 전환을 강하게 반발했고,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은 필요한 수만큼 동의서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같은 해 새 동대표들로 대표회의가 꾸려졌지만 개별난방에 반대했던 주민 중 일부가 몇몇 대표를 물러나게 해 회의는 와해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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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석관두산의 에너지절약 성적표는 화려하다. 2012년 서울시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 시상식에서 ‘절약하는 아파트’ 부문 최우수상, 2015년 기후포럼의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서울시가 주는 동절기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고 2016년에는 환경재단의 ‘세상을 밝게 만들 사람들’로 뽑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옆에 만들어진 에너지 절약 현황판. 석관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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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새 주민 대표가 된 심재철(48)씨는 대표회의를 반대하는 주민의 마음을 돌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심 없이 모든 주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대표자 회의 생중계’와 ‘끝장토론’을 시도했다.

우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폐쇄회로(CC)TV를 보는 케이블 채널(99번)을 통해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실시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회의는 더 많은 주민이 지켜볼 수 있도록 퇴근 시간 이후로 미루고 안건과 개최일을 미리 공지했다.

주민 이경옥(63)씨는 “대표회의가 TV로 공개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이후 경비원 고용 등 주요 문제를 다룰 때 직접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내는 주민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동대표들도 더 공부하게 됐고 회의는 알차졌다. 심 대표는 여기에 더해 회의 종료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중요한 문제라면 자정을 넘겨서까지 생중계로 진행했다. “대표회의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민에게 최소한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죠. 시간이 갈수록 반대하던 분들도 ‘장난은 치지 않겠네’라고 하더군요.” 심 대표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업무를 할 때 근거를 남기기 쉽도록 반드시 이메일을 통해서만 진행하도록 했고, 이메일은 대표와 기술이사, 관리이사, 총무이사 등 관련 임원들이 함께 보도록 했다.

직장을 다니는 심 대표는 퇴근 후 아파트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주민 질문과 의견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답해주고, 바로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면 즉시 관리사무소를 통해 조치를 취했다. “읽으면 속상해지는 내용도 많았죠. 그러나 최대한 성실히 답하고 내일 아침까지 조치하겠다고 말하면서 꼭 지키려 노력했더니 신뢰가 쌓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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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두산아파트는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3+1 절약 운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입주민들이 직접 공부하고 실천 계획을 짠 다음 집집마다 다니며 에너지 절약 방법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심재철 전 입주자 대표가 입주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석관두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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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파트에서 갈등의 온상이 되는 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높이기 위해 애썼다. 이전까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했던 단지 내 어린이집 운영 주체를 엄마들, 동대표 등이 두루 참여하는 선정위원회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심 대표를 비롯한 대표회의 임원들은 1년 가까이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동시에 갈등을 줄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설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시작은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 등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평소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LED 등으로 바꿀 경우 상당량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침 한 대기업이 5억원의 교체 공사비를 댄 다음 아낀 공용 전기료 중 일부를 가져가는 조건을 제시했죠. 일이 쉽게 풀리는 듯했는데 갑자기 그 회사가 저에게 5,000만원을 따로 챙겨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큰돈을 제시한 걸 보면 공사비를 부풀린 게 틀림없었죠. 당장 대표회의에서 이 사실을 밝히고 계약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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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두산아파트는 주민들이 함께 에너지 잘 아끼는 아파트로 유명하다. 2012년 당시로는 드물게 지하주차장 조명을 센서가 달린 LED로 바꾸고, 한국전력과의 전기 요금 지불 계약 방식을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전환한 다음 1억3,000만원을 아꼈고 그해 8월 주민들은 1만5,000원을 관리비로 돌려 받았다. 석관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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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적절한 공사 가격이 얼마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LED를 공부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입찰을 시작했고, 약 1억3,000만원을 제시한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2012년 1월 진행한 공사 비용은 아파트 수익사업으로 모아 둔 돈으로 마련했다. 대표회의 측에서 특히 평소 조명이 꺼져 있다가 사람이나 차가 다가서면 센서가 작동해 불이 켜지는 디밍(deeming) 시스템을 구역별로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석관두산은 같은 해 3월 한국전력과 전기 요금 지불 계약 방식을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바꿨다. 종합계약은 개별세대에서 쓰는 전기는 주택용 전력 저압 전력요금, 공용전기는 일반용 전력 고압 전력 요금을 적용한 뒤 이를 합산한다. 단일계약은 총사용량(주거분+공용분)을 세대 수로 나눈 평균 사용량을 산출한 뒤 구간별 요금을 적용한다. 그런데 구간별 요금이 기존 요금보다 저렴하다. 무조건 어떤 계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없지만 보통 공동 설비에서 쓰이는 공용 전기가 전체 사용량의 약 30%를 넘어서면 단일 계약이 좀 더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계약 방식을 바꿨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두 가지 변화가 있고 나서 그해 8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든 석관두산 아파트 입주자들은 깜짝 놀랐다. ‘전기료 할인 15,980원’이 찍혀 있었던 것. 남들은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한여름에 도리어 전기료를 돌려받았다. 석관두산은 2012년 1년 동안 전년 대비 1억3,000만원의 전기료를 아꼈고 주민들은 관리비 인하라는 혜택을 받았다. “한 달 평균 7,000원의 관리비가 절감되니까 입주민들 사이에서 ‘대표회의를 믿고 따라가면 되는구나’라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죠.” 그해 석관두산은 서울시로부터 절약을 가장 잘하는 아파트로 선정됐다. 이어 엘리베이터 조명, 가로등을 LED로 바꿨고, 부스터 펌프를 새로 도입해 급수 시스템을 개량했다. 이 방식은 옥상 물탱크를 사용하지 않아 항상 깨끗한 수질을 유지해 주고 덩달아 전기료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펌프보다 설치비가 2배나 비싸지만 주민들은 대표회의의 결정을 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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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두산 아파트는 주민들과 함께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 끄고 별 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모들과 어린이들이 천체 망원경을 살피고 있다. 석관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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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워진 주민들의 신뢰는 석관두산이 2014년부터 서울시 에너지 자립 마을 활동에서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직접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3+1 에너지 절약 운동’은 석관두산의 상징이 됐고,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의 중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석관두산은 이렇게 아낀 비용 일부를 경비원 3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을 19%나 올리는 데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어울리는 마을로 바뀌니 관리비도 쑥 내려가

서울 송파구 거여1단지(1997년 입주ㆍ1004세대)에 사는 송광옥(42)씨는 ‘마당발 엄마’다. 아파트 내 ‘거여 푸르미 봉사단’의 멤버로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하고, 푸르미 교실에서 동화구연강사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다. 또 송파구청의 명예 기자로 활약하며 마을 소식을 전한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가 주최한 ‘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 사례발표회’에서 아파트를 대표해 발표자로 나섰다. “좀 더 바쁜 일을 맡지만, 저만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 아파트에는 주민들을 위한 행사가 정말 많아요. 많은 분이 재능기부로 강사를 하고, 행사 진행도 합니다. 물론 모두 좋아서 하죠.” 육아와 집안일로 벅찬 일상에도 송씨는 ‘어울리는 아파트’를 위한 봉사가 즐겁기만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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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1단지는 2016년 하절기, 동절기에 잇달아 서울시가 주는 에너지절약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7년 서울시 공동체활성화 우수단지에 뽑혔고, 친환경 기술진흥 저탄소 생활실천부문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관리비는 크게 줄었다. 2016년 단위 면적당 전기료, 수도료가 2012년과 비교해 약 38%나 줄어들었다. 거여1단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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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1단지는 지난달 22일 아파트 내 유치원,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푸르미 교실과 함께하는 미리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10월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모시고 민속촌 견학 및 에너지 체험을 하는 ‘무료 추억 여행’을 다녀왔다. 어린이들을 위한 핼러윈 축제도 했다. 1,004세대의 크지 않은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꽤 많다.

거여1단지에는 지난해 여름 ‘건강 계단 만들기 공모전’ 행사가 열렸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자는 뜻에서 계단을 예쁘게 꾸미고 계단 곳곳에 들어갈 문구를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내도록 했다. 주민들이 직접 투표를 해서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 걷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등을 뽑았다. 시상식을 열어 문구를 만든 주민을 ‘절약왕’으로 선정하고 멀티탭 등을 상품으로 줬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겐 추첨을 해 경품을 안겨줬다. 동별로 주민들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기록을 남기게 해 계단을 가장 많이 이용한 동을 뽑아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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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거여1단지 복도와 계단에는 눈에 띄는 글귀가 적혀있다. 입주민들이 직접 지은 문구가 새겨진 '건강 계단'을 만들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어울리는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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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1단지가 이렇게 들썩들썩한 동네가 된 것은 2016년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되면서다. 이전에는 주민들 사이 소송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당연히 전체가 함께하는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최재영(38)씨가 주민대표로 뽑히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최씨가 시작한 에너지 자립 활동은 환경을 보호하고 관리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민들 관심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서로 데면데면한 데다 “다들 바쁜데 에너지 절약은 나중에 하자”라며 외면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최씨는 아파트에 아이 키우는 젊은 부모가 많다는 점에 착안, 국립 과천 과학관 등을 단체로 방문하는 견학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다.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 지원 비용으로 에너지 교육을 겸한 견학을 진행하자, 부모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서 비용을 대는 외부행사가 거의 없던 터라 어르신 10여 명도 참여했다.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최씨는 LED, 태양광 발전설비는 물론 아파트 에너지 수요관리 점검표 작성 방법 등을 가르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물상 창고로 쓰이던 자투리 공간을 ‘에너지 사랑방’으로 꾸며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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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1단지는 서울시 아파트 중에도 드물게 6개 동 지붕에 모두 옥상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 태양광 발전기에서 만든 전기로 공용 전기의 50%를 만들고 있다. 방계옥 관리소장이 옥상 태양광 발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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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1단지는 본격적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6개동 옥상 모두에 대형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됐고, 집마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 LED 교체가 이뤄졌다. 10집 중 9집 이상이 서울시 ‘에코 마일리지(에너지 절약 실적이 우수한 세대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민참여프로그램)’에 가입했다.

거여1단지는 2016년 하절기, 동절기에 잇달아 서울시가 주는 에너지절약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7년 서울시 공동체활성화 우수단지에 뽑혔고, 친환경 기술진흥 저탄소 생활실천부문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관리비는 크게 줄었다. 2016년 단위 면적당 전기료, 수도료가 2012년과 비교해 약 38%나 줄어들었다.

임상호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상담부장은 “아파트 관리비는 거주자 각자의 이슈가 아니며 주민 모두가 함께 풀어 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쓰는 전기, 수도, 가스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고, 각종 공사 비용이 제대로 책정되고 쓰이는지 확인하는 일은 개별 세대가 쉽게 할 수 없다”라며 “때문에 공동체가 잘 운영될수록 관리비를 아끼는 게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