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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과학기술계에도 가짜 뉴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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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성우 과학평론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온갖 거짓 정보와 그럴듯하게 꾸며진 얘기들이 진실처럼 대중을 현혹하다 보니, 보다 강력한 대책과 법적인 처벌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과학기술계 역시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들이 적지 않았고, 상당수가 역사적 사실처럼 둔갑하곤 한다.

갈릴레이가 자신의 역학 이론을 증명하기 위하여 피사의 사탑에서 물체의 낙하실험을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갈릴레이의 제자였던 비비아니가, 스승의 업적을 미화하려던 과정에서 꾸며낸 얘기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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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과학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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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의 초석을 마련한 제임스 와트가 어린 시절에 수증기로 인하여 물주전자의 뚜껑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 증기기관의 발명을 착상하였다는 얘기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학생 시절에 와트 소년처럼 예리한 관찰력과 호기심을 가지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들었을 법한 이 주전자 일화 역시 사실로 보기 어렵다. 와트보다 앞서서 증기기관을 연구했던 선구자인 우스터 후작2세와 토마스 뉴커먼에게도 이와 똑같은 일화가 있다. 세 사람이 모두 어린 시절 관찰한 주전자 뚜껑에서 영감을 얻어 증기기관을 발명했다는 기막힌 우연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저명한 과학자들의 일화나 중요한 발명·발견에 뒤따르는 극적인 이야기들의 상당수가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도 과학기술계의 가짜 뉴스들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곤 한다.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고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 장면 등은 모두 조작된 것이다”는 식의 달 착륙 조작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작된 것은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는 사진 등이 아니라, 인간의 달 착륙이 미항공우주국(NASA)이 꾸민 사기극이라는 황당한 조작설 그 자체이다. 아폴로 우주선의 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설치한 레이저 반사경 덕택에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싸한 음모론 등에 경도된 사람들은 여전히 달 착륙 조작설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새해에는 대중들이 온갖 가짜 뉴스에 더 이상 휘둘리거나 속아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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