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6등급 배우 류경현
‘국제시장’ 영화 ‘고삐리2’ 첫 배역
전화 받고 길바닥서 방방 뛰었죠
14년 째 ‘서프라이즈’ 김하영
슬픈 장면 ‘큐’하면 즉각 눈물 펑펑
재연 떼고 그냥 배우라 불러줬으면
‘1987’ 한 줄 대사, 3년차 김시호
“이거 무슨 영화예요?” 묻는 학생역
촬영 없을 땐 일용직 아르바이트
무명·재연 배우 3인의 도전과 열정
◆겉은 딴딴, 안은 향기 나는 배우=“경현씨, 국제시장 조감독이에요. 우리 ‘픽스’됐어요.” 배우 류경현(28)은 2013년 들은 이 말을 잊지 못한다. 표준말이 서툰 경남 토박이라 숱하게 오디션에서 떨어진 그에게 영화 ‘국제시장’은 한줄기 단비였다. 류씨는 “뭘 정했다는 건지, 처음 들어본 말이라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며 “다시 ‘우리 같이 해요’라고 하길래 길바닥에서 방방 뛰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류씨가 배역을 맡아 출연한 첫 작품이다. 배역 이름은 ‘고삐리2’. 대사는 “(외국인 노동자를 조롱하며) 저래 하이 까네 나라가 못 살지”였다.
류경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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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6등급 배우다. 사람에겐 등급이 없지만 배우는 등급이 있다. 등급을 기준으로 방송 출연료가 나온다. 6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 최고 등급인 18등급까지는 까마득하다. 꿈만 갖고 이어가기에 쉬운 생활도 아니다. 하지만 꿈마저 놓으면 류씨는 다 잃는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세 번 대형병원에서 주차장 출차 일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연습실에 나가 다른 지망생과 대본 리딩을 하는 이유다. 동료와 함께 쓴 시나리오로 단편 영화를 찍어 곳곳에 출품도 한다.
연기 욕심은 톱스타 못지않은 신인·무명 배우들. 그들의 꿈은 2018년에도 이어진다. 배우 류경현. [사진 JK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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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현
나이 28
연기경력 5년
출연작(배역)
영화 ‘국제시장’(고삐리2)
‘잡아야 산다’(PC방 폐인)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세희 팀원)
‘당신이 잠든 사이에’(순경) 등
」연기경력 5년
출연작(배역)
영화 ‘국제시장’(고삐리2)
‘잡아야 산다’(PC방 폐인)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세희 팀원)
‘당신이 잠든 사이에’(순경) 등
◆가발 안 쓰고 할머니 연기 할 때까지=배우 김하영(39)은 ‘서프라이즈 그 애’다. 올해로 14년 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에 출연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김하영’으로 불린 적은 거의 없다. 그저 ‘걔’라거나 ‘용인민속촌 장금이’ 혹은 ‘서프라이즈 김태희’ 정도다. 김씨는 “2004년 8월 서프라이즈로 데뷔해 청춘을 함께 보냈다”며 “이름은 몰라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김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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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에선 멜로 연기가 가능한 거의 독보적인 여배우로 활약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고객 응대 요령, 성희롱 예방 등 각종 교육 영상 속 배우나 기업 행사의 MC, 케이블 채널 방송 등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이유다. 김씨는 “연기는 아무리 힘들 때도 재밌는데 일이 없어 돈 못 벌 때는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연기 욕심은 톱스타 못지않은 신인·무명 배우들. 그들의 꿈은 2018년에도 이어진다. 김시호. [사진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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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서프라이즈’를 계속 할거냐고 묻자 “시켜주는 한 할머니 역을 가발 안 쓰고 할 때까지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곤 조심스레 말했다. “저희 보고 재연 배우라고 하시는데요, 사실 모든 연기가 상황에 대한 재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재연 배우라고 하실 때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해요. 재연 배우 말고, 그냥 배우라고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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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나이 39
연기경력 14년
출연작(배역)
방송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만국 유람기’ ‘어부의 만찬’
드라마 ‘왔다! 장보리’(영어교사)
‘살맛납니다(간호사)’ 등
」연기경력 14년
출연작(배역)
방송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만국 유람기’ ‘어부의 만찬’
드라마 ‘왔다! 장보리’(영어교사)
‘살맛납니다(간호사)’ 등
김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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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촬영이 없을 때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번다. “주로 공연 무대 설치와 소위 말하는 막노동이나 택배 상·하차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일용직에 가까운 이런 일자리를 찾는 건 언제 오디션 공고가 뜰지 몰라서다.
연기 욕심은 톱스타 못지않은 신인·무명 배우들. 그들의 꿈은 2018년에도 이어진다. 김시호. [사진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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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엔 이렇게 말했다. “도전하고 좌절하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다가도 그 자리에 마냥 서 있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떴느냐 안 떴느냐를 떠나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배우면 이미 성공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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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호
나이 32
연기경력 3년
출연작(배역)
영화 ‘1987’(신입생)
‘라라라’(시호), ‘아빠는 딸’(정배)
‘대장 김창수’(놀란 죄수) 등
」연기경력 3년
출연작(배역)
영화 ‘1987’(신입생)
‘라라라’(시호), ‘아빠는 딸’(정배)
‘대장 김창수’(놀란 죄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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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아역보다 못한 무등급, 오디션 봐서 배역 따야
방송 연기자에게 적용되는 등급제는 출연료 지급을 위한 기준이다. 최하위인 6등급은 70분 미니시리즈에 출연 시 회당 44만원 안팎을 받는다. 7등급은 51만원 안팎, 8등급은 60만원 안팎으로 올라간다. 최고 등급인 18등급은 185만원 안팎이다. 1~5등급은 아역 등급이다. 회당 출연료는 몇 시간을 촬영하든 똑같다. 섭외를 중개해주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출연료 30% 정도를 소개비로 낸다. 스타 배우는 따로 계약해 등급제와 무관하게 출연료를 받는다. 등급은 경력, 배역의 비중 등을 고려해 계약 과정에서 상향 조정된다. 가장 힘든 건 ‘무등급’ 배우다. 조금이라도 더 비중있는 배역 맡기가 힘들다. ‘캐스팅 디렉터’가 참고할 만한 이전 작품의 영상이 없어 최대한 발품을 팔고 오디션을 봐 배역을 따내야 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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