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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상장 문턱 낮아진 코스닥…‘판 키운 코넥스시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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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양산…시장 질적 저하



코스닥 시장 문턱 낮추기가 자칫 ‘판을 키운 코넥스 시장’ 만들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성화의 초점이 ‘상장사 개수 늘리기’에 맞춰지면 그만큼 부실 기업이 양산돼 시장의 질적 저하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금융위원회는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 ‘자본잠식이 없어야 할 것’ 등의 기존 상장 요건을 삭제하고, 당기순이익ㆍ매출ㆍ시가총액 요건 등 요건을 완화할 경우 비상장 외감대상 기업 중 약 2800개 기업이 새로 코스닥에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대책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재무요건 완화는 곧 ‘상장요건의 코넥스화(化)’와 다르지 않다는 반응과 함께 코넥스 시장을 코스닥 시장으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코넥스 시장에선 기업들의 재무요건 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상장이 진행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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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스스로 책임지고 ‘지정자문인’으로서 성장성 있는 기업의 상장을 추진하면 이를 한국거래소가 심사하는 구조다.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 화두가 되고 있는 ‘테슬라 상장(성장성 있는 적자기업의 상장)’ 역시 재무요건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코넥스 시장의 ‘지정자문인’ 방식을 따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무요건 완화가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외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넥스 시장은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전년보다 27.5% 줄어든 17억9000만원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코넥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이 개인투자 금액에 제약이 없는 코스닥 시장으로 가더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케이피에스, 세화피앤씨, 세원, 비디아이 등은 올해 일평균 거래금액이 3억~5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불안정한 기업들의 대거 유치로 개인투자자들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에서 이전상장한 기업 7곳의 상장 이후 주가는 최근까지 평균 5%가량 하락했다.

최근 한달간 코스닥 지수가 11% 가량 상승할 동안에도 이들 기업은 평균 3%가량 하락하며 시장과 반대로 움직였다. 세원과 비디아이는 상장 이후 최근까지 주가가 각각 24%, 38%나 떨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사가 아무리 늘어도 재무구조가 뒷받침돼 있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하거나 거래액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상장문턱을 낮춰 불완전한 기업이 다수 상장되면 장기적으로 개인투자자들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상장사 늘리기는 증권사나 유관기관들의 ‘배불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금도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마땅한 기업공개(IPO) 건이 없으면 코넥스 시장에라도 몇 개 기업을 상장해 실적을 내려는 증권사들이 적지 않다”며 “상장사 늘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상장 기업 수로 성과를 가늠하는 ‘증권회사’나 ‘유관 기관’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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