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숙제에 골몰하지 않고
엉뚱한 행동 통해 분위기 전환
지그재그 창의력, 뇌 특정 부위 자극
지그재그식 창의력 개발 방법을 도식화했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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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은 현대인의 화두다. 아니, 어찌 보면 전 인류의 화두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니 창조경제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류를 발전시켰고, 존속시켜온 것은 인간의 창의력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지구에 사는 외계인’ 같은 존재들만 창의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인간 삶 속 어느 곳에서나 창의력은 발휘된다. 매일 회의를 하는 직장인들도 이 창의력이라는 숙제를 늘 안고 산다.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라고 다그치는 상사의 말에 고개를 숙였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창의력 개발이 화두인 만큼 각종 창의력 개발 방법도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그 많은 창의력 개발 방법 가운데 ‘지그재그’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당신은 알고 있나?
국내 한 대기업에서 전략 업무를 맡고 있는 직장인 김번뜩(가명·40)씨는 아이디어 회의가 삶의 일부다. 일일, 월간, 분기, 연간 전략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밤낮없이 회의하고 고민한다. 물기 하나 나오지 않는 마른행주 같은 뇌를 짜내고 짜내 근근이 버텨오던 김씨는 기어이 지난해 탈이 났다. 스트레스성 원형탈모가 온 것이다. “왜 이렇게 사나 싶더라고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느라 주말도 없었어요. 아이들하고 놀아주면서도 늘 업무 생각뿐이었죠.” 곧장 피부과 치료를 받아 원형탈모는 치료됐지만, 김씨는 이 경험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창의적 사고는 직진이 아니다
지그재그식 창의력은 이렇게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식으론 창의적 사고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가지에 골몰하는 대신 ‘엉뚱한 딴짓’을 하자는 것이 지그재그 창의력의 핵심이다. 소여 교수는 아이디어를 쥐어짜지 말고, “차라리 놀아라”라고 조언한다. 사고와 행동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일직선으로, 창의력이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놀기도 하고 공상도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는 등 결이 다른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물론, 창의력 개발을 처음 시도하는 초보라면 이런 방식이 쉽지는 않다. 이 때문에 소여 교수는 초보인 경우 8단계로 구분해 단계적 접근을 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질문하기→학습하기→보기→놀기→생각하기→융합하기→선택하기→만들기 순이다. 특이한 점은 첫번째 순서가 질문하기라는 점이다. 모든 창의적 사고는 질문을 하면서 시작된다는 걸 강조한 거다. 끝의 만들기는 결국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하는 단계다. 순서대로 하는 게 유리하지만, 단계별 행동이 익숙해지면 일직선이 아닌 서로 무작위로 주고받으면서 창의력 개발이 가능해진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전에 질문을 먼저 만들어보면 이 질문은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또는 멍하니 놀다 보면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그림 참조) 예를 들어 여가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운동을 겸한 놀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다가 ‘좀더 안전한 자전거는 없을까’란 질문을 하게 되거나, 길에 피어 있는 꽃의 색깔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 등 또 다른 창조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 창의성 평가. 그래픽 홍종길 기자※ 누르면 확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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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런 지그재그식 창의력을 통해 세상을 바꾼 이들이 있다. ‘스타벅스’라는 거대 브랜드를 창조해낸 하워드 슐츠와 스마트폰 개발로 인해 인간의 삶을 바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애초 커피메이커와 원두분쇄기 등을 파는 커피기구 판매상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마케팅 일을 하던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가전박람회 출장을 갔다가 아주 우연히 에스프레소 바를 보게 된다. 호기심에 들어가본 에스프레소 바는 그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일이 아닌 여가를 즐기는 노는 과정에서 보게 된 이탈리아의 커피 바는 ‘왜 미국에는 이런 곳이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를 탄생시킨 원동력은 ‘어떻게 하면 좋은 커피숍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놀고, 보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으로 인정받는 그가 평소에 명상을 즐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융합의 천재였다. 잡스는 늘 “왜 안 되지?”란 질문을 던졌다. 휴대폰과 엠피스리(MP3)플레이어를 융합할 생각, 컴퓨터의 본체와 모니터를 합칠 생각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고, 붙여보고, 질문하고, 공부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그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만 열중했다면 아이폰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그재그 창의력은 단순한 심리학적 차원의 결과물이 아니다. 엄연한 뇌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매해 열리고 있는 ‘멍 때리기’ 대회가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창조적이거나 생산적이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이 창조적 행동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사람이 멍 때리는 순간, 아주 오래된 기억이나 예측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측두엽·두정엽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 실험 결과로 밝혀졌다.
서로 다른 행동을 번갈아 하면서 얻는 지그재그식 창의력은 공자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논어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子曰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고 적고 있다. 배우기만 하거나 생각만 해서는 제대로 된 창조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목마른 당신, 계속해서 골몰하기보다는 당장 다른 행동을 취해보자. 놀아본다든가 음악을 듣는다든가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배워본다든가 말이다. 의외로 창조적 생각은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참조 <지그재그: 창의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Zigzag
지그재그. 알파벳 제트(Z) 또는 한자 갈지(之)자 형태나 그러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함. 프랑스어로는 ‘우여곡절’이란 뜻도 있음. 건축, 패션, 게임 등 일상생활에서 두루 쓰이고 있으며,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행동이나 인생을 상징하기도 함.
지그재그. 알파벳 제트(Z) 또는 한자 갈지(之)자 형태나 그러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함. 프랑스어로는 ‘우여곡절’이란 뜻도 있음. 건축, 패션, 게임 등 일상생활에서 두루 쓰이고 있으며,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행동이나 인생을 상징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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