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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망 무임승차' 논란 페이스북 "사용료 문제 해결에 노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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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사장, 방통위원장 등 면담…"韓정부 존중…사업자와 긴밀 협의"

'페북 대란' 고의성 부인…통신사와 논의서 입장 변화는 아직 없어

연합뉴스

페이스북 부사장과 악수하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페이스북의 글로벌 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케빈 마틴 수석부사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마틴 부사장과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역차별 해소와 이용자 보호, 국내 인터넷 생태계 발전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과천=연합뉴스) 임화섭 김태균 기자 = 국내에서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에 휘말린 페이스북이 10일 "망 사용료와 관련해 한국 규제기관의 방침을 존중한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다.

페이스북 본사의 정책 총괄인 케빈 마틴 수석부사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한국에서 발생하는 규제 역차별 및 망이용료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고 방통위가 전했다.

마틴 부사장은 미국의 방통위 격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역임한 거물 인사로, 그의 방한은 그만큼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벌어진 이번 논란을 크게 본다는 근거란 관측이 많다.

◇ "韓 인터넷 사업자와 대면 논의↑"

방통위에 따르면 마틴 부사장은 이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망 비용 관련 이견을 좁히고자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대면 논의를 강화하고 페이스북과 ISP가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SK브로드밴드(SKB)·LG유플러스와 국내 서버의 망 사용료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의 빠른 접속을 보장하는 '캐시 서버'의 망 사용료를 페이스북이 못 내겠다고 한 것이 갈등의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에서는 네이버 등 토종 업체는 다 내는 망 사용료를 거대 외국 사업자가 부당 회피해 '역차별'이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진 상태다.

이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마틴 부사장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며 페이스북이 형평성에 맞게 망 비용을 낼 것을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용수 제2차관도 앞서 마틴 부사장과 면담에서 "페이스북이 한국의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국내 이용자와 망 사용자를 존중해 적정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지금껏 페이스북은 KT에만 망 비용을 내고 자사 캐시 서버를 운영하고 있으며, SKB와 LG유플러스는 KT 서버에 우회 접속해 원활한 페이스북 접속을 구현하는 '편법'을 써 왔다.

이 때문에 2016년부터 SKB와 LG유플러스는 페이스북이 자사에도 망 비용을 내고 캐시 서버를 운영하라고 요구했으나 협상은 지금껏 답보 상태다.

페이스북은 논의가 결렬되자 2016년 말부터 작년 봄까지 SKB와 LG유플러스의 우회 접속 경로를 막아 이 두 회사 고객이 페이스북을 쓰기 어렵게 한 혐의로 방통위 조사를 받고 있다.

IT(정보기술) 사업자가 고의로 사용자를 차별해 불편을 주는 행위는 현행 법의 '금지행위'에 속해 방통위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국내 고객이 겪은 '페북 대란'(접속 장애)은 외국계 사업자와 국내 ISP 사이의 다툼 탓에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 첫 사례다.

◇ "고객 불편 대응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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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들어서는 페이스북 부사장
(과천=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페이스북의 글로벌 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케빈 마틴 부사장이 10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hama@yna.co.kr



마틴 부사장은 당시 왜 우회 경로를 막았는지와 관련해서는 2016년 정부의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가 변경되면서 이에 따른 조처를 하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답했다고 방통위는 전했다.

바뀐 제도를 따르려다 우발적으로 접속 장애가 일어난 것이지 SKB·LG유플러스 사용자에 불이익을 주려는 악의적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마틴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 ISP와 직접적 소통 채널이 있었으면 관련 문제와 관련해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의 불편을 간접적으로 접해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변경 고시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가진 KT는 우회 접속망을 연결한 SKB·LG유플러스에 종전보다 훨씬 많은 상호접속료를 줘야 한다.

상호접속료가 종전 '정액제'에서 데이터에 비례한 '종량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구글 유튜브처럼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며 매년 데이터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IT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KT의 불만을 인식한 페이스북이 미봉책으로 SKB·LG유플러스의 우회 접속을 막아버린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봄께 SKB·LG유플러스의 우회 접속을 복구해 접속 장애 문제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 "ISP 협상 '해빙 무드'는 아직 없어"

마틴 부사장의 이번 발언에 따라 페이스북과 SKB·LG유플러스 사이의 망 이용료 협상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이 캐시 서버 비용을 내겠다는 '전향적' 답변을 내놓을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SKB 측은 그러나 페이스북 측에서 이와 관련해 아직 별도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SKB 관계자는 "마틴 부사장은 대관 담당이라 이번 방한에서 ISP와의 별도 면담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마틴 부사장은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접속료 이슈와 별개로 페이스북의 국내 사회 공헌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 회피 논란을 풀고자 한국 광고매출에 관한 세금을 2019년부터 우리 정부에 내기로 했고, 올해 1분기 내에 경기도 판교에 스타트업 지원 시설인 '이노베이션랩'을 개설하는 방안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자사가 기여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안만 얘기하며 망 비용 지급에 관한 논의는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방통위에 온 페이스북 부사장
(과천=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페이스북의 글로벌 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케빈 마틴 부사장이 10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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