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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저축은행에 돈 몰려…예금자보호 못받는 예금 5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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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초과 1년새 38% 급증

“이자 한 푼이라도 더…” 고객들 발길 ‘저축銀 사태’ 이후 6년만에 최고치

금리인상 추세 속 대출 부실 우려… “한 곳에 5000만원 이하로 분산해야”

동아일보

직장인 송모 씨(38)는 2016년 초부터 돈이 조금씩 모이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에 저축해 둔다. 현재 예금 잔액은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저축은행 예금에 묻어둔 돈은 5000만 원을 가뿐히 넘어서게 된다. 송 씨는 “지금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며 “5000만 원이 넘으면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예금을 분산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는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저축은행 예금이 8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사태’가 시작될 무렵인 2011년 3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다.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주는 저축은행으로 소비자들이 몰린 영향이 크다.

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1171조4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0%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48조6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5.4% 불었다. 이 기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평균 금리는 2.33%로 시중은행(1.61%)은 물론이고 새마을금고(2.03%), 상호금융(1.72%) 등 다른 제2금융권보다 훨씬 높았다.

동아일보

저축은행 예금 잔액 가운데 예금자 보호 한도를 벗어난 예금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현재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만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5000만 원을 초과한 저축은행 예금은 8조 원으로 1년 전(5조8000억 원)에 비해 37.9% 급증했다. 3년 전인 2014년 9월(2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로 불어난 규모다.

박종옥 예보 저축은행관리부 팀장은 “2014년 9월부터 저축은행들이 ‘저축은행 사태’를 극복하고 흑자를 내면서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을 다시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역시 작년 9월 말 현재 4.8%로 1년 전(6.9%)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대출금리를 견디지 못하는 영세 기업이 늘어날 수 있어 예금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영세 기업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말 7.39%까지 떨어졌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1년 만에 7.56%로 뛰었다. 가계담보대출 평균 금리 또한 같은 기간 7.89%에서 8.19%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은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정도로 영세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소폭의 금리 인상에도 큰 영향을 받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 여파가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소비자들은 저축은행의 규모나 건전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규모가 작은 소형 저축은행일수록 부실 대출에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지역 23개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7∼9월) 당기순이익이 164억 원이었지만 대구와 경북, 강원지역 11개 저축은행은 28억 원에 불과했다. 평균 연체율도 지역별로 적게는 3.7%에서 최대 6.7%까지 차이가 난다.

박 팀장은 “개별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저축은행에 5000만 원 이하로 예금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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