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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사업계획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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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사업계획서 작성 시 절대 빼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다. 판매전략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면 어떠한 성과도 거둘 수 없다. 심지어 최고의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제품이 최고의 제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많은 예비창업자가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서 상에서 나름의 판매전략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들여다보면 아쉽게도 대다수가 판매전략에 대해 커다란 선입견과 편견에 휩싸여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가장 두드러진 편견 중 하나는 '마케팅'에 비해 '영업'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유능한 영업사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믹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우월하다고 여긴다. 마케팅 과 영업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과 영업 전략은 전혀 다르다. 이 둘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쉽게 구분하자면, 마케팅은 사게 만드는 전략이고, 영업은 팔러 다니는 전략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제품의 특성과 창업한 분야의 특성에 따라 영업과 마케팅은 상이한 효과를 발휘한다.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를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업은 제한된 소규모 소비자를 공략할 때 보다 효과적이다. 이에 반해 마케팅은 예상 소비자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시장을 공략할 때 유의미하다. 출시한 제품을 상당기간 동안 판매할거라면 마케팅 전략이 적합하지만, 단기간 내 판매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영업 전략이 보다 중요하다. 이미 수요가 형성된 제품을 개발했다면 영업전략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수요를 일깨우기 위한 제품을 개발했다면 마케팅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이처럼 마케팅과 영업은 특징이 다르다. 이 때문에 마케팅을 활용할 사업과 영업을 활용할 사업 역시 상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자가 즐겨 사용하는 소비재를 고안해 기업·소비자거래(B2C) 사업을 구상한 사업가라면 마케팅전략이 필수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제품 부품을 개발한 창업자라면 마케팅 전략보다는 자신이 개발한 부품이 대기업에 납품될 수 있도록 영업해 줄 유능한 영업사원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고 B2C 사업을 구상한 창업가에게 영업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사업 초창기에는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전달할 유통망이나 인지도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스타트업은 대형 유통회사 내지 물류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사의 제품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즉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자사의 물건을 납품하거나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자사의 상품을 알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영업이다. 기존 대형 유통회사가 MD를 대상으로 자사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세일즈할 수 있는 유능한 영업사원이 필요하다.

또한 결정적인 한 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영업성과가 커다란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금은 적지 않은 규모로 성장한 쥬얼리 회사 중 한 곳은 사업 초기 아는 지인을 통해서 유명 연예인에게 자사의 제품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해당 연예인은 드라마에 출연할 때 해당 회사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였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해당 회사의 제품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금 내가 구상한 사업은 영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마케팅이 필요한 사업인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영업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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