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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은 반역적"…배넌 직격탄에 `러게이트` 특검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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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실세였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러시아 내통 스캔들 논란의 진원인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반역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트럼프 대통령 등에 칼을 꽂았다. 이를 계기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번 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는 것은 물론 올해 말 중간선거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곧 내놓을 책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 실린 배넌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배넌은 인터뷰에서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폴 매너포트가 러시아 정보원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 회동한 것은 반역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쿠슈너 선임고문은 사위, 매너포트는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다. 베셀니츠카야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접근해왔고 이들은 베셀니츠카야와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이 회동이 바로 러시아 내통 의혹의 중심이며 특검 수사가 주목하는 사건이다.

배넌은 "캠프 핵심 인사 3명이 트럼프타워 25층에서 적국의 정보원을 몰래 만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들은 그게 반역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라도 적어도 연방수사국(FBI)을 불렀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넌은 그러면서 "앞으로 특검 수사 방향이 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 선임고문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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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을 지내고 백악관에서 수석전략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였다. 보수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 대표 출신의 강경 우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과 반이민정책의 기틀을 제시한 인물이다.

배넌의 강경 외교 노선이 쿠슈너 선임고문과 충돌했고 새로 임명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8월 백악관을 떠나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했으나 앨라배마 보궐선거 후보를 물밑 공천하는 등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배넌의 인터뷰에 강력히 반발하며 배넌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이로써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자 최근까지도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배넌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파경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은 자신이 야당이라고 부르는 언론과 전쟁을 하는 척만 했다"며 "자신을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유출하면서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게 그가 잘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배넌은 백악관에서도 나를 일대일로 만나지는 못했으며 내가 그를 해임했을 때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배넌이 대선 승리의 공신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도 "나의 대통령직과 배넌은 무관한 인물"이라며 "내가 경선에서 후보 17명을 누르고 공화당 후보가 된 후에야 그는 캠프에 들어왔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이 강력히 천거한 로이 무어 후보가 성추문으로 앨라배마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낙마한 것도 배넌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별도 성명을 내고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라는 책은 잘못된 소식통에 근거한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측도 신간 서적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스테퍼니 그리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멜라니아 여사가 슬퍼서 울었다'는 책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멜라니아 여사는 대선 승리로 매우 행복해했다"며 "그 책은 할인 소설 섹션에서나 팔릴 책"이라고 깎아내렸다.

한편 트럼프타워 회동 참석자였던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뮬러 특검에게 수사의 전권을 위임한 것이 월권이며, 뮬러 특검이 자신에게 제기한 혐의 또한 특검 수사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캠프 인사 중에서 처음으로 특검에 대해 반격에 나선 사례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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