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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세계경제 올해도 동반 성장… 변수는 북핵과 美·中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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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는 보기 드물게 동반 성장하는 호황을 누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3.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성장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런 전망에 동의하는지 물어봤다. 본지는 올해 세계경제 전망과 함께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제프리 프랭켈(Jeffrey Frankel)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미국 예일대 교수, 대니얼 그로스(Daniel Gros)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소장, 하마다 고이치(Hamada Koich) 미국 예일대 교수 등 5명의 석학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세 이어갈 것"

석학들은 '2018년에도 세계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동의했다.

조선비즈


그로스 소장은 "올해에도 세계경제가 성장을 이어갈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미국과 일본은 성장 잠재력이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유로권은 성장 잠재력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고 중국과 신흥국 경제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마다 교수도 "미국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같은 충격이 없다면 올해 경제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강한 성장세가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되는 등 2018년은 세계경제에 좋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설비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프랭켈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는 다 같이 동반 성장하는 몹시 드문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했고, 한국의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최대치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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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은 1~2년 전에 우려했던 '하드 랜딩(경착륙)' 우려에서 벗어났으며 유럽이나 일본조차 마침내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2018년에도 전 세계적인 성장이 계속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언젠가는 경기가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이미 지난 침체 국면에서 통화·재정 정책 카드를 다 써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침체에서 벗어나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치 교수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항상 그렇듯이 (세계경제가 견고할지에 대한) 시험은 충격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북핵 위기, 미·중 무역전쟁, 비트코인발 거품 붕괴 등에 대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치 교수는 또 세계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통화(완화)정책, 이로 인해 촉발된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위태위태한 상황인데,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긴축을 시작하면 현재의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기둥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경계,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도 변수

석학들은 올해 세계경제의 부정적 변수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꼽았다. 그로스 소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도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인상할 경우 투자자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다"며 "금융시장이 약화되면 소비가 둔화되고, 강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내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랭켈 교수는 급격한 금리 인상 우려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갈등이 군사 충돌로 고조되는 식의 지정학적 위험을 경계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 같은 수출 의존적인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석학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스처가 부정적 요인이지만, 실제 그 영향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보였다.

그로스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트위터상에서만 보호무역주의자를 자처할 뿐"이라며 "트럼프 주변, 특히 내각에 있는 인사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아직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기 위한) 중대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조정 시스템을 거부하든지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봤다.

반면 로치 교수는 "그동안 무역 제재를 놓고 으름장만 놓았던 미국의 입장이 올해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1·2위 경제 대국 간의 무역전쟁 발발이 현실화돼 세계경제에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로치 교수는 "미국이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과 관련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거액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미국 수출업체들도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곤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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