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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치밀하게 위장했던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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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 친부·새할머니가 8개월 전 유기 / 군산 야산서 주검으로 발견/통신기록 등 행적 추궁해 자백/親父 “딸 토사물 묻힌 채 숨져/이혼소송 영향 우려돼 암매장”/이사한 집 곳곳 장난감 등 진열/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해 생활/발견 시신 국과수에 부검 의뢰

최근 전북 전주에서 실종 신고된 고준희(5)양은 지난 4월 숨져 친아버지와 내연녀 어머니에 의해 야산에 암매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내연녀 어머니는 지난 8개월 동안 준희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준희양의 사망 원인이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세계일보

비정한 아버지 친딸 고준희(5)양 시신을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29일 긴급체포된 고모씨(가운데)가 전주 덕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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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고준희(5)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29일 준희양의 친부 고모(36)씨로부터 암매장 사실을 자백받고 이날 오전 4시48분 군산시 내초동의 한 야산을 찾아 준희양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준희양이 묻힌 곳은 고씨의 선산이며, 발견 당시 주검은 보자기에 싸인 채 쓰러진 나무 밑 깊이 30㎝ 땅속에 묻혀 있었다.

고씨는 전날 밤 경찰에서 “지난 4월27일 오전 2시쯤 전주시 인후동 내연녀의 어머니에게 맡긴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차량에 실어 야산에 묻었다”고 자백했다. 암매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생모와 진행 중인 이혼소송과 양육비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사건 전날 병원 진료를 부탁하고자 전주에 사는 동거녀 이모(35)씨의 어머니 김모(61)씨에게 준희양을 맡겼다고 진술했다. 이어 야근을 마친 고씨는 옷가지를 챙겨다 주려고 다음날 오전 1시쯤 딸을 찾아가보니 준희양은 입에 토한 음식물을 잔뜩 묻힌 채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통신기록과 차량 이동행적 등을 조회해 고씨가 김씨와 함께 군산을 찾았고, 현장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동시에 끈 점을 수상히 여기고 집중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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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숨진 준희양을 차량에 싣고 군산에 있는 선산을 찾아 1시간30분에 걸쳐 땅을 파고 유기했다. 특히 준희양이 숨진 사실을 지난 8개월 동안 감추고 새로 이사한 김씨의 집에 함께 사는 것처럼 꾸몄다. 고씨는 딸을 암매장한 뒤에도 김씨에게 매달 양육비로 60만∼70만원을 보냈고, 새로 이사한 김씨 집안 곳곳에는 준희양의 옷과 장남감 등을 진열했다. 김씨는 이웃들에게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며 귀가를 재촉하기도 했다. 이들은 준희양의 생일(7월22일)에는 미역국을 끓여 이웃에게 나눠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고씨 등은 지난 8일에서야 전주의 한 지구대를 찾아 “20여일 전 홀로 집에 있던 준희가 사라진 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실종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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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에 대한 사망 원인과 학대 여부 등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경찰은 가족들이 직접 관련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시신유기 사실을 숨기고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한 데다 그동안 경찰이 요구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법최면검사, 자신들에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준희양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시신을 몰래 버린 혐의 등으로 고씨와 김씨를 긴급체포하고 내연녀 이씨의 신병을 확보해 사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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