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재정자립도 34% 불구 남부 때문에 수도권 규제
道, 인구 25%인 북부에 예산 17%만 배정 '홀대론'
[그래픽] '경기분도론' 경기 남·북부 각종 지표 비교 |
[※편집자 주 =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분도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1987년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처음 내놓은 경기 '분도(分道)론'은 이후 30년간 각종 선거마다 단골메뉴가 됐습니다. 특히 내년은 '경기'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천 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가 둘로 쪼개질지 그동안의 분도 요구와 경기북부 시·군의 의견, 분도 실익 등을 3편으로 나눠 점검합니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경기도에서 독립해 낙후한 경기북부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무술년(戊戌年)을 맞는 경기북부 주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방선거가 치러질 새해 시작과 함께 '경기도를 둘로 나누자'는 '분도론'이 핫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새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기조와 맞물려 이번에는 분리할 수 있다는 기대와 이번만큼은 분리하자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 아래로 군사시설인 '용치'가 설치돼 있다. 경기북부는 군사시설보호, 상수원보호, 그린벨트 등 중첩규제로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기북부는 군사시설보호, 상수원보호, 그린벨트 등 중첩규제로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데도 수도권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에서 배제됐다.
경기북부 지역의 인구는 탈서울 현상의 가속과 함께 급증했다. 지난달 기준 340만명으로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 등의 광역단체 다음 가는 규모다.
그만큼 개발 수요가 늘고 개발 압력도 팽창했다.
최근의 경기도 분도 여론은 지난 5월 동두천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불을 붙였다. 김 의원을 대표로 여야 국회의원 12명이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안'을 발의했다.
경기북부와 남부는 모든 면에서 격차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총생산(GRDP)은 2015년 기준 경기북부가 51조원인데 비해 남부는 5배인 263조원이다.
경기북부의 재정자립도는 34.3%이지만 남부는 75.4%로 월등하다.
경기도 안에서조차 북부가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도 분도 요구를 부추겼다.
경기도는 북부 인구가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산은 17%가량만 배정해 왔다. 경기북부는 남부보다 인구가 적다 보니 역대 도지사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의원의 법안 발의를 계기로 분도를 촉구하는 경기북부 기초의회의 건의와 성명이 봇물 터지듯 했다.
소성규 대진대 법학과 교수는 '경기북도 신설의 당위성과 방법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남부 주민들이 손해 보는 것을 원하지 않듯이 북부 주민들도 더는 남부에 종속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북부가 남부와 함께 있으면서 수도권으로 묶여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결국 분도론은 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별도 지원, 도청 소재지 과세표준액 상승에 따른 증세, 국가균형발전법상 특별지원금,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재정적으로 자립, 독자적으로 발전하자는 주장이다.
분도 찬성론자들은 재정자립도가 현재 34.3%에서 경기북도 신설 뒤 67%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분도 요구가 커지자 지난 10월 25일 양주에서 '경기북도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용두사미 반복하는 30년 분도론
이 같은 분도론의 역사는 30년이나 됐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공약으로 제시했고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가 약속했지만 공약(空約)에 그쳤다.
이후 잠잠했던 분도론은 2000년대 들어 총선용으로 다시 등장,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2000년 이전에는 여당을 중심으로 분도 논의가 진행됐다면 이후에는 야당이 더 적극적이다. 결과적으로 불발에 그쳤지만 국회에서 법안도 처음 발의됐다.
특히 탄핵 열풍 속에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격돌한 2004년 17대 총선에는 여야 모두 경기도 분도를 공약했다.
당시 한나라당 홍문종 의원을 주축으로 국회의원 20명이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기한이 만료돼 폐기됐다.
비슷한 시기 열린우리당 문희상·정성호·박기춘·최재성 의원 등으로 구성된 경기북부발전기획단이 경기북도 신설을 촉구했다.
국회에 출석한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한수 이북 경기도는 그동안 분단 상황에서 군사보호지역으로 규제를 많이 받아왔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서도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경기북도 필요성에 동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곧 경기도가 둘로 나뉘는 듯했다. 그러나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수그러들었다.
이후 생활권이나 규모가 비슷한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하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진행됐고, 경기북부에서도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론이 떠오르면서 분도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분도 논의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명칭으로 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섰고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이처럼 수많은 논의에도 분도론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경기북부만을 위한 선거용 이슈로 활용됐고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이해가 엇갈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김문수 지사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쪼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경기·인천을 합친 '메가 시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도지사가 최근 주장한 '광역서울도'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인기를 얻자 수도권에서 광역단체장 한 자리라도 차지하고자 보수 성향이 강한 경기북부를 분리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는 도청, 교육청, 법원·검찰청, 경찰청 등이 이미 독립돼 있는 등 예전과 달리 광역단체로서의 기반이 갖춰져 있어 분도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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